24.갑작스러운 지진과 수능 연기

수능 일주일 연기, 옳은 판단이었는가? 이준혁 기자l승인2017.11.21l수정2017.11.27 14:36l143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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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국민일보

● [View 1] 수능을 앞둔 학생들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몇 시간 후면 수년간의 노력이 끝난다는 생각에, 그동안 지긋지긋했던 문제집과 교과서를 쓰레기장에 던져 버렸다. 후련해진 마음으로 내일 있을 거사를 위해 심신을 추스른다.

갑자기 요란하게 사이렌이 울려 퍼지고 땅이 흔들린다. 순식간에 학교는 비명과 당황한 목소리로 가득 찼고,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으로 뛰쳐나왔다. 계속 울려대는 휴대폰을 살펴보니 도착해 있는 문자 한 통, 지진이란다. 그것도 지난해의 경주 지진과 비슷한 규모 5.4 지진. 다음날의 수능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몸을 감쌌지만, 애써 그럴 리 없다고 마음을 달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몇 시간이 지난 후 수능이 연기됐다는 소식이 내 귀를 스친다. 처음에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책은 이미 다 버렸고, 수능을 본 뒤에 갈 여행 티켓도 미리 다 끊어놨는데, 어떡하지?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잠시,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눈앞이 깜깜해진다. 이 시험 꼭 미뤄져야만 하는 걸까?

 

● [View 2] 교육부 직원

내일 있을 수학능력시험을 대비해 오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바쁘게 관련 업무를 처리한다. 오후 2시 29분, 갑자기 휴대폰에서 진동과 함께 귀를 찌르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확인하려고 휴대폰을 꺼내려는 찰나, 사무실 어항의 물이 흘러넘칠 듯 넘실거렸고, 곧바로 몸이 흔들렸다.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휴대폰을 확인하니 긴급 재난 문자가 와 있었다.

하필이면 다음날이 수능인데 참 운도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 대책 회의 끝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연기하겠다는 공문이 떨어졌다. 무엇보다도 학생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 시험 시행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였다. 수능 지연에 대한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군 장병의 휴가 연장, 해외여행 취소 수수료 면제 등 서둘러 마련한 대책으로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이제는 시험지에 대해 불안여론이 퍼지고 있다. 물론 수능을 앞둔 만큼 민감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국가의 입장도 이해해 줄 수 없을까?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수능 연장을 둘러싼 갈등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인해 이재민 1천536명, 부상자 57명, 재산피해 약 69억 원의 피해가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 도내 19개 시험지구 295개 시험장에서 수험생 16만1천222명이 치를 예정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건의 경위는 이러했다. 지난 15일 오후 2시 지진이 발생하자, 해외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문 대통령의 지시로 포항 현지로 향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수능 고사장으로 지정된 14개의 학교를 점검한 결과 수능을 치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 수능 연기를 결정했다. 김 부총리는 “학생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 시험 시행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주일 연기한 오는 23일에 수능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하지만 수능 연기에 따른 피해에 대해 불만이 제기됐다. 청와대 청원 페이지는 연일 “수능 연기 반대”, “수능 연기일을 앞당겨주세요” 등 수능 연기에 대한 반대 청원으로 달궈졌다.

일각에서는 학생의 안전을 위한 정부의 처사가 옳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능 연장 단축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두 입장 모두 무시할 수는 없지만, 현재 포항에서 여러 차례 여진이 발생하고 있기에 섣부른 판단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학생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준혁 기자  tomato@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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