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 겔레르트 언덕의 슬픈 역사

장두식(일반대학원) 초빙교수l승인2017.11.14l수정2017.11.14 21:01l1434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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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겔레르트 동상

부다페스트는 평지에 건설된 도시다. 북한산, 인왕산, 관악산, 불암산과 같은 높
은 산에 둘러싸여 있는 서울과는 다르게 부다 지역 외곽의 야노시 산 이외에는
높은 산이 없다. 우리에게 작은 언덕처럼 보이는 성 겔레르트 언덕도 부다페스트
에서는 일종의 산이다. 아침 산책 코스처럼 보이는 언덕이 부다페스트 시민들에
게는 힘들여 올라가야 하는 산이라니.
 

헝가리 건국 직후 선교를 위해 이탈리아에서 온 겔레르트 주교는 왕위 계승과정
에서 이교도들에게 붙잡혀 순교를 했다. 이교도들이 겔레르트 주교를 못이 박힌
나무통에 넣어 이 언덕의 절벽에서 두너강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에 성 겔레르트
언덕이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한다. 주교를 떨어뜨린 장소에는 거대한 성 겔레르
트 동상이 십자가를 높이 들고 두너강을 노려보고 있다.
 

▲ 자유의 여신상과 시타델레 요새

부다페스트에서 겔레르트 언덕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헝가리의 국민 시인 페
퇴피 산도르는 “거대한 성 겔레르트 언덕 보다 큰 것이 무엇일까?/두너 강보다 깊
은 것은 무엇일까?/두너 강보다 더 깊은 내 사랑/성 겔레르트 언덕 보다 더 큰 내
슬픔”(「거대한 성겔레르트 언덕보다 큰 것은 무엇일까」 중에서)라고 노래하고 있
다. 이 시에서 겔레르트 언덕은 크고 높음의 메타포로 호명되고 있다. 열정의 시
인 페퇴피에게 겔레르트 언덕은 우리의 백두산이나 지리산과 같이 최고의 산이
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메트로 4호선 성 겔레르트 역이나 41번, 47번, 49번 트램의 성 겔레르트 정차장
에서 내려 성 겔레르트 호텔 옆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에 쉽게 오를 수가 있다.
성 겔레르트 언덕은 관광객들에게는 부다페스트 전경을 한 눈에 조망하기 위해
올라가는 관광코스이지만 부다페스트 시민들에게는 주말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원이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지하철 4호선이나 트램 17번, 41번, 47번, 49번,
61번 모리츠 지그몬드 떼르역에서 내려 맥도날드 햄버거가 있는 건물 옆 버스정
류장에서 27번 버스를 타고 시타델라(Citadella)에서 내리면 정상에 편히 갈 수
있다.
 

성 겔레르트 언덕의 정상에는 합스부르크 제국이 쌓은 요새 시타델라와 자유의
여신상이 서 있다. 시타델라 요새는 1848년 헝가리 독립혁명을 진압한 후 합스부
르크군이 부다페스트 시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건설한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들은 이 요새에 방공포대를 설치하였는데 소련군은 독일군을 격퇴한
기념으로 종려나무를 든 여신상을 중심으로 한 전승탑을 건설하였다. 헝가리가
자유화된 이후에 소련의 잔재인 전승탑이 해체됐는데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좋아
했던 여신상만은 남겨 자유의 여신상이라는 명칭으로 재정비 됐다. 40미터 높이
의 자유의 여신상은 부다페스트 도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랜드마크다.
 

이렇듯 성 겔레르트 언덕은 고난의 헝가리 역사가 함축돼 있다. 그런데 이 언덕

에 설치되어 있는 기념물들이 모두 외세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 이채롭다. 이 기
념물들은 로만 카톨릭과 토착신앙과의 갈등, 합스부르크 제국과의 독립전쟁, 나
치독일과의 항쟁의 결과물인 것이다. 시인 페퇴피가 성 겔레르트 언덕보다 더 큰
슬픔을 노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두식(일반대학원) 초빙교수  gato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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