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를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흠칫하며 말을 삼킬 때가 있다. 자칫 말을 잘못했다가는 분위기를 망치거나 상대방의 기분을 망가트릴 수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도 있는, 마치 일종의 ‘금기어’처럼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조심스러웠던 대화의 주제는 정치였다. 하지만 최근 어떤 사건·사고와 갈등이 불거지면서 그보다 더 예민하고 민감하게 다뤄지는 주제가 생겼다.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 같은 사회적 개념보다도 더더욱 원초적이고, 거대한 양론으로 분열할 수 있는 주제. 필자는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 ‘페미니즘’이라는 용어 안에는 기본적으로 ‘평등’이라는 개념이 깔려있다. 그리고 그 평등의 대상은 남과 여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여성이 사회 제도 및 관념에 의해 억압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운동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19세기부터 시작됐던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인 ‘참정권’을 부여하고, 사유재산권을 여성에게 확장시키는 등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여성 인권의 신장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한다.
◇ 필자는 평소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잘 알지도 못했고, 민감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어느새 언급을 피해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목적과 의미 자체는 거부할 이유도 없고, 비판할 이유도 없는 올바른 내용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무의식적으로 언급을 피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을 겨냥한 범죄와 폭력, 그리고 미투 운동까지. 다른 것도 아닌 ‘성’이 문제의 중심이 되는 만큼 더더욱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 그동안 역사적으로 여성이 상대적으로 억압돼왔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유리천장’이라는 단어가 있듯이 보이지 않는 성차별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때문에 점점 성 평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페미니즘을 자처하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모습을 긍정적으로 본다.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변화의 움직임은 꿈틀거리고 있고, 이를 지지하는 여론 또한 커지고 있다. 보다 나은 세상으로 변화하기 위한 과도기, 그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양극화는 성장통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