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법(Clare’s Law/2014년부터 시행)’은 영국에서 남자친구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사망한 여성, 클레어 우드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이 법은 사귀는 남성의 전과 기록 공개를 요구할 수 있으며 해당인에 대하여 우려할 만한 사유가 있는 제3자도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한다. 정보를 요청받은 경찰 등은 정보 공개가 필요하고, 합법적이며 비례 원칙에 맞는지 고려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대학 법과대학 장철준 교수는 뉴스1에서 “클레어법의 입법 취지는 좋지만 이 법이 도입되면 개인정보 침해 등의 기본권 침해의 문제가 있다며 자칫 폭력 전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동안 지속 반복적으로 개인정보침해 위험에 노출되고 이로 인해 평생 연인을 사귈 수 없는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다른 법과 같이 실효성이 중요하다.
프랑스 사회당의 경우 구체적으로 ①핫라인 구축 ②전문 대응반 구성 ③조속한 피해자 구출 ④피해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는 키트 상시 준비 등에 대한 예산 지원을 대폭 높였다. 이와 같이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면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언제부터였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자아와 타자의 관계 형성은 자아에서 비롯된다. 내가 없으면 타자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를 타고 났다고 말할 수 있다.
국제신문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9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최초로 ‘여성폭력방지법’을 시행했으며, 스토킹금지법의 시초가 되었다. 1994년에는 ‘의무체포’와 민사보호명령(민사상접근금지명령)을 수단으로 하는 여성폭력 방지법 안에 데이트 폭력이 포함됐다. 2000년에는 데이트폭력 피해자, 가정폭력피해 이민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법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것만이 인간의 특성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섣부르다. 오로지 인간만이 실천할 수 있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파괴와 분열 등의 본능에 충실한 타나토스적 세계가 아닌 생성과 화합의 에로스적 세계이다. 사회 구성원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법과 제도 이전에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시 말해 지속적·장기적 안목으로 그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구체적으로 가정교육은 물론 초등학교 정규과정부터 이와 관련된 교육 대책을 세우고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교육부 등 사회 각 부처가 서로 협조하여 최대한의 윤리로서 법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정신과 실천이 선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