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ew 1] 국위 선양 병역특례를 반대하는 전역자
내 이십 대 초반 군대에서의 2년은 지긋지긋했다. 물론 전역한 지 한참이 지난 지금은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다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그런 일도 있었다며 낄낄대며 웃는다. 시간은 악몽을 추억으로 만들어 주나 보다. 그런데 온 국민이 기뻐하는 지금, 괜스레 속 좁은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면 좋은 것이 좋은 것인데 활짝 웃는 얼굴로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그들이 괜히 질투 나는 것은 왜일까. 분명 그들이 ‘국위’를 높인 것임 에는 분명하다. 한 반에 30명 남짓한 초등학교에서 1등 하기도 힘든데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 대단한 일임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이 왜 19세 이상 건강한 남성이라면 마땅히 이행해야 할 ‘의무’인 병역의 면제로 이어지는가. 그들이 소위 국위를 높인 것이 국방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논리적인 연결점이 쉽게 찾아지진 않는다.
또 스포츠 분야에만 병역특례가 적용되는 기준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국위 선양에 기여한다는 것이 특례의 목적이면서 왜 대중문화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가수들에게는 특혜가 주어지지 않는가. 아시안게임에서 입상하는 것과 빌보드에서 1위를 하는 것의 국위 선양의 정도. 과연 누가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승의 기쁨에 젖어 행복한 사람들 속에서 지난 2년간의 세월이 부정된 것만 같아 우울해지는 밤이다.
● [View 2]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운동선수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고 또 재능이 있었다. 운동을 잘하는 아이라면 보통 그렇듯이 선수를 할 생각이 없느냐는 제의를 받았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내게 있어 군대는 늘 가슴속에 지어진 큰 짐이었다. 매일 같이 전문적인 훈련을 해야 하고 직업 특성상 직업수명이 짧은 운동선수에게 2년간의 공백은 사형선고와도 같다. 특히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 선수의 경우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한창 운동선수로서 가능성이 있는 시기에 연병장을 뛰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페널티다. 이런 나에게 국위선양 병역특례 혜택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운동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선 이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또 나의 노력과 재능이 국가의 위상을 위해 쓰였다고 생각하고 이는 실제로도 국가의 이미지를 드높여 큰 국가적 이득에 기여했을 것이다. 또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이 제도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강력한 동기부여 중 하나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국위 선양 병역특례 혜택은 국가와 운동선수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임이 분명하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국위 선양 병역특례 논란
지난 1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많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했다는 사실 자체는 국가의 경사임이 틀림없지만, 동시에 ‘국위 선양 병역특례’ 논란이 재점화됐다. 실제로 우승 당시 웹 포털 검색어 1위엔 ‘손흥민 군면제’가 게시될 정도로 결승전의 결과 만큼 선수들의 병역 이행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매번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운동선수들의 병역특례가 화제가 되자 일각에서는 미국 빌보드 200 차트에서 두 번째 1위를 기록한 방탄소년단도 병역혜택을 부여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국위 선양이 운동선수에 한정된 것 자체가 현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며 영화, 가요, 드라마에도 병역특례제도를 적용해야 할 것을 주장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체육계에선 운동선수에게 2년의 공백은 타 직업과 비교했을 때 가혹하다며 현재 우리나라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배경에는 국위 선양 병역특례제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여전히 전 세계에 국가의 위상을 떨친 그들에게 병역 특례는 정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로 국민정서상 예민한 사항이다. 그만큼 군대는 대한민국 남성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인 동시에 가기 싫은 곳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직업군에게만 열려있는 국위선양 병역특례제도는 늘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형평성과 특수성 사이,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정부와 사회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