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만연한 사회에 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수면 부족과 불면증. 우리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자신을 혹사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 개인적, 구조적인 문제가 누적된 현대인의 수면은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기자도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순간, 개강 후 불규칙해진 수면 패턴의 누적으로 인한 피곤함에 눈꺼풀이 한없이 무겁다.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 기자는 수면의 3대 요소인 수면의 양, 리듬, 질에 대해 연구하고 ‘꿀잠’에 대한 꿀팁을 준다는 <닥터자르트 숙면연구소>를 찾아가 봤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필터스페이스 인 서울에서는 닥터자르트의 7번째 프로젝트인 숙면 연구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필터스페이스를 마주하자 가장 먼저 기자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숙면을 상징하는 거대한 베개였다. ‘저런 베개가 있다면 눕자마자 잠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1층으로 들어섰다. 건물 내부에 발을 디디자 시끄러운 바깥 세상과는 분리돼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용히 들려오는 백색소음과 눈의 피로가 풀리는 조명, 온통 흰색으로 덮인 공간은 마치 숙면을 도와주겠다며 속삭이고 있는 듯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온함과 안정감에 잠시 취해있던 기자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1층 벽에는 무언가 빼곡히 적힌 플라스틱판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읽어본 판에는 ‘인간의 몸속 온도인 심부 체온보다 피부 체온이 낮다. 잠이 들 때 이 심부 체온이 약 1℃ 낮아져 체온의 격차가 줄어들고 우리의 장기, 근육, 뇌를 쉬게 해준다’는 정보가 적혀 있었다. 기자는 ‘이러한 이유로 목욕이 숙면에 도움이 되는구나’ 하며 깨달음을 얻었다. 판에서는 몸 온도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면서 시간당 25mL의 땀을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찾아볼 수 있었다.
시선을 옮기자 숙면 패턴과 현재의 몸 상태를 파악해 처방해주는 ‘라이프레시피’ 기계가 보였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요’와 ‘피로 누적’을 입력하자,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타입’이라는 결과 용지를 받았다. 결과 용지에는 기자와 같이 피로가 누적된 사람에게 추천하는 피부 관리 방법과 권장하는 수면 환경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다른 한쪽에 있는 꿀잠을 위한 음식, 음료, 요가 동작, 침실 환경 등에 대한 정보가 담긴 종이도 한 장씩 챙겼다.
우리는 보통 한평생 3분의 1을 잠을 자는데 쏟고 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잠을 잘 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잠을 잘 자면 휴식과 회복에 도움이 되고 면역력이 향상하며 피부가 건강해진다는 당연한 사실쯤이야 알고 있다. 하지만 수면연구는 잠이 비만을 예방해준다는 예상 밖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수면이 부족하면 공복감을 주는 ‘그렐린 호르몬’이 증가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이 감소해 끊임없이 먹을 것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기자는 특히 시험 기간에 밤샘 공부를 하며 왜 그렇게 야식을 찾게 됐는지, 왜 다른 날보다 살이 더 쪘는지 떠올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숙면이 최고의 다이어트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배우며 그간의 다이어트에 회의감이 들었다.
매일 다이어트를 하고자 마음먹는 여성들에게 조금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한 기자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위층으로 향했다. ‘ASMR ROOM’, 오늘 기자가 이곳에 찾아온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ASMR을 활용한 많은 영상을 접하게 되며 그 매력에 빠져있던 터라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커튼으로 구분된 여러 개의 공간이 있었다. 공간마다 안락한 의자와 헤드폰이 놓여있는 곳에 기자는 조심스럽게 커튼을 치고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기대감 때문인지 조금 긴장되는 몸을 편안하게 만들고 나서야 헤드폰을 착용했다. 편안한 환경 때문인지 그간의 쌓였던 피로가 몰려와 한없이 나른해지는 기분이었다. ASMR을 듣기도 전 잠이 들까 싶어 얼른 헤드폰과 연결된 기계를 집어 들었다. 화면에는 물, 바람, 개구리 등의 작은 그림들이 보였고 물 그림을 터치하자 숲 한가운데 있는 느낌을 주는 계곡의 물소리가 들렸다. 물소리 외에도 시골의 할머니 집에 온 것 같은 풀벌레 소리, 캠프파이어를 생각나게 하는 모닥불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그중에서도 기자는 비가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와 모닥불 소리를 함께 틀어 20분간 잠을 청했다.
기자는 짧은 시간 동안 숙면 연구소를 둘러보며 말 그대로 ‘힐링’을 하고 돌아왔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아 늦은 새벽에 잠이 든다면, 수면 패턴 때문에 가끔 잠들지 못한다면, 수면 환경이 좋지 않다면, 잠시 시간을 내 <숙면 연구소>를 방문해 도움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