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갇힌 현실 로빈슨 크루소 ⑪ 알렉산더 셀커크
무인도에 갇힌 현실 로빈슨 크루소 ⑪ 알렉산더 셀커크
  • 이주은 작가
  • 승인 2018.09.19 13:12
  • 호수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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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의 두근두근 세계사

많은 이들이 화가 나면 괜히 나중에 후회할만한 말을 하고는 합니다. 스코틀랜드의 작은 어촌에서 태어난 오늘의 주인공 알렉산더 셀커크는 싸우다가 한 말 때문에 무려 4년 4개월의 시간을 무인도에서 홀로 지냈습니다.

그는 날 때부터 어찌나 다혈질이었는지 19살 때는 실수를 보고 웃었다며 동생을 심하게 폭행하고 그걸 말리는 아버지와 형, 심지어 형수까지 폭행했습니다. 법정에 소환이 될 정도로 문제가 커지자 알렉산더는 바다로 가출해버렸죠.

1703년, 알렉산더는 사나포선(민간 소유이지만 교전국 선박을 공격할 권한을 정부로부터 받은 선박)에 합류해 남태평양으로 향했습니다. 사실상 나라에 허가받은 해적이나 마찬가지였죠. 당시 알렉산더가 탄 배는 상태가 엉망이었습니다. 배에는 계속 물이 차올랐고 선원들은 불만이 가득했으며 선장은 열병으로 쓰러져 21살의 젊은 선원이 선장이 되었습니다. 선원들은 새 선장에게 대놓고 싸움을 걸어댔고, 특히 동네 최고의 다혈질인 알렉산더는 눈만 뜨면 선장과 으르렁거리며 싸워댔습니다.

그러던 1704년 9월의 어느 날, 배는 남태평양에 있는 한 무인도에 정박하였습니다. 선장과 싸우는 중이었던 알렉산더는 물이 줄줄 새는 썩은 배에 다시는 타지 않겠다고 큰소리를 쳤고 그 소리를 들은 선장은 욱한 마음에 칼, 냄비, 성경책 등을 던져주고는 배를 출발시켜버렸습니다. 알렉산더는 금방 후회했지만 아무리 불러도 배가 돌아오지 않아 결국 무인도에서 4년 4개월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배는 얼마 후 알렉산더의 예상대로 침몰해 대다수가 사망하고 선장을 포함해 소수의 선원은 스페인 포로로 잡혀갔습니다.)

▲ 무인도에 갇힌 알렉산더
▲ 무인도에 갇힌 알렉산더

홀로 남겨진 알렉산더였지만 그간 바다에서 살아온 내공이 있어 금세 섬 생활에 적응했습니다. 닭새우와 가재, 물고기를 잡아먹었고 전에 왔던 선원들이 두고 간 염소들을 한데 모아 가축으로 삼았습니다. 염소 덕에 젖과 고기를 얻었고, 옷이 해져도 염소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으며 침실용과 부엌용으로 집도 두 채나 지었습니다. 가장 힘든 점인 외로움을 잊기 위해 성경책을 읽고 시편을 노래하고 기도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림을 보면 성경책을 읽는 알렉산더 뒤로 집 두 채와 염소가 보입니다.

1709년, 그렇게 하루하루 제대로 된 구조만을 기다리던 알렉산더에게 드디어 구조선이 나타났습니다. 영국 사나포선 듀크 호의 등장이었죠. 꿈에도 그리던 구조선이 왔으니 알렉산더는 뛸 듯이 기뻐하며 이들을 맞이했습니다. 훗날 로저스 선장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염소 가죽옷을 입고 맨발이었던 알렉산더는 잔뜩 자란 머리와 수염까지 있어 털북숭이 동물 같았으며 말을 한 지 워낙 오래되어 단어를 반밖에 말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 알렉산더를 구조한 듀크 호
▲ 알렉산더를 구조한 듀크 호

 

알렉산더는 염소를 몇 마리 잡아 대접하며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곧 옷과 신발(안 신던 신발을 신으니 발이 팅팅 부어 한동안 고생했다고)을 받고 배에 올라탔습니다. 오늘날이라면 알렉산더를 집으로 보내는 게 우선이었겠지만, 당시 듀크 호는 스페인 선박들을 공격하는데 큰 성과를 올리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알렉산더는 듀크 호에서 근무하며 지내다 2년 뒤에야 영국 런던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습니다. 알렉산더는 듀크 호가 스페인 선박을 공격해 벌어들인 돈 덕분에 부유해졌고, 무인도에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면서 어딜 가든 환영받았습니다. 1719년에는 그의 이야기와 흡사한 『로빈슨 크루소』 소설이 출간되기도 했죠.

이제 육지에서 안락하게 살 법도 한데, 뼛속까지 바다 사나이였던 알렉산더는 영국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해군에 입대하여 계속 바다에서 살다가 1721년, 항해 중 황열병에 걸려 사망하였습니다.

이주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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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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