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별 헤아려 보기
디지털 시대, 별 헤아려 보기
  • 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 승인 2018.10.10 20:21
  • 호수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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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한 달에 두 세 번 쯤 나는 밤의 하늘과 별들을 바라본다. 십여 년 전부터 산골에 살기 시작하면서 종종 생각했었다. 그러다 실제 시작한지 3년 정도 됐다. 처음은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별바라기들이 말하듯 별을 보는 일은 결국 그 이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망원경 같은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별을 보는데 사실 망원경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거창한 표현이지만 별을 보는 일은 몸의 눈과 마음의 눈으로 문학과 과학의 경지에 들어서는 것이다. 나아가 그 경지를 몸짓으로 직접 표현하는 행위다. 왜 문학인가? 거의 모든 문학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실상 별 이야기 전집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신화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와 신의 세계를 하늘의 별을 소재로 노래하였다. 그렇다면 왜 과학인가? 시대에 따라 위상이 달라졌지만 근대에 들어 별은 과학의 세계로 자리를 옮겼다. 저 유명한 갈릴레오는 그 별을 망원경으로 바라보면서 이전에 없던 물리학, 천문학의 길을 닦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몸짓인가? 별을 보기 위해서는 길로 나서야 한다. 마당이든, 평야든, 산이든, 바닷가든, 가깝든 멀든, 별은 직접 발을 내딛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사람들에게만 그 모습을 보여준다.


밤의 하늘과 별은 우리를 그렇게 문학과 과학, 그리고 아날로그적 몸짓의 공간과 시간으로 끌어들인다. 어떤 경지에 들어서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별은 인류 역사의 이정표다. 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별을 바라보는 눈은 새로운 지식을 쌓았고, 새로운 지식은 또 다른 발견을 낳고, 그 긴 여정을 거쳐 이제야 우리는 우주의 삼라만상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는 거의 상시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산다. 스마트폰을 보는 탓이다. 중국에서는 그런 모습을 일러 ‘저두증’이라 부른다 한다. 미디어 과잉의 시대, 밤의 하늘이나 별들은커녕, 우리는 사람들과 거리의 풍경도 그윽하게 바라보지 못한다. 심지어는 연인과 함께 있으면서도, 우리들은 다른 곳, 다른 사람들과 쉴 새 없이 연락한다. 확실한 것은 없다. 나조차 나를 믿지 못한다. 그래서 불안하고 외로운 때문이다. 


아날로그 어거스트(analog August)라는 말이 있다. 소중한 나만의 시간조차 미디어에 빼앗겨버리는 자기상실의 시대, 휴가 기간만큼이라도 디지털 세계를 떠나, 직접 몸을 움직이는 아날로그의 시간을 가짐으로서,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충만케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아날로그의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별을 헤아려보라. 별은 신화와 과학의 세계, 그리고 뜨거운 몸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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