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
블라인드 채용
  • 이다현 기자
  • 승인 2018.11.07 10:04
  • 호수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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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38. 공정성에 대한 논의

[View 1] 정부 관계자

정부의 주요 일자리 정책 중 하나로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도입 의무화가 시행됐다. 채용 공정성을 위해 시행한 정책인 만큼 정부는 공공기관에 일괄적인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이를 ‘공공기관 인력운영방안’과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지표’에 반영할 계획이다.

최근 한 채용 사례가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위해 애썼던 우리의 노력을 증명했다. 정부가 진행한 일자리 통계 전문가, 통번역 전문가, 문화해설사, 동영상 전문가, 포토에디터 등 5개 직위의 전문임기제 공무원 채용에서 평균 44 대 1의 경쟁률을 통과한 6명의 합격자가 모두 여성이었다. 모두 이번 채용을 두고 블라인드 제도 없이 관행대로 채용했다면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가 기대한 것은 여성 채용을 높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블라인드 채용이 업무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학력에 얽매이지 않고 고졸 지원자도 폭넓게 선발하고 출신 대학에 따라 지원자의 역량을 어림잡던 기존 사회 통념을 깨뜨리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심사 속에서 실력을 겨룰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채용 이행을 꾸준히 확인하는지 또 제도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는지 점검함으로써 청년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View 2] 기업 인사담당자

우리 회사도 다른 기업들을 따라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명문 대학 출신 지원자나 관행처럼 이어져 온 스펙과는 별개로 우리 회사에 맞는 실무능력을 갖춘 사람을 찾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직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채용을 ‘블라인드’ 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기엔 여러 문제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인사 과정의 첫 번째 절차는 서류 제출부터 시작된다. 블라인드 채용이 시작되고, 대학 기입란이 서류에서 사라졌다. 그렇지만 이러한 변화가 꼭 공정성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 면접 때 지원자들을 마주할때 서류에서 본 정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또한 부족한 정보 때문에 지원자의 첫인상과 같이 우연적 요소가 크게 다가왔다. 무의식적으로 기억나는 정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주관적 시각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블라인드 채용의 빈틈을 파고드는 지원자들이 늘어났다.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출신 대학 이름이 들어간 강의 이름을 넣는다던가, 학교 고유 이메일을 사용하는 등 편법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듯 아직 제대로 된 기준과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아 많은 문제점이 보이는 채용방식을 섣불리 도입해서 혼란을 일으킨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 [Report]

정부가 지난 7월 모든 공공기관에 도입을 의무화한 블라인드 채용은 경력과 학력 위주의 채용에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등장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과열된 스펙 경쟁을 줄이고 순수하게 능력만을 평가할 수 있는 특징과 수도권 과밀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많은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7월 여론조사단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 제도 찬성은 68.0%, 반대는 23.1%로 찬성이 월등히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제도를 도입한 정부와 취업준비생이 기대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블라인드 채용은 합격과 탈락의 객관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인사 과정에서 객관적인 지표를 도입하자는 것이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적폐가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또한 관행처럼 이어져 오던 ‘고용 세습’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원자들이 학연, 지연, 혈연을 기재하지 못하게 하므로써 채용문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최근 블라인드 채용의 허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블라인드’라는 특성 때문에 친인척 간의 관계를 확인할 길이 사라져 ‘고용 세습’을 더 부추겼다는 가능성이 제시된것이다. 지난달 29일에는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된 서울교통공사에서 채용 비리가 일어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한 급진적인 도입으로 인성이나 실무 능력 이외의 것들을 지원자의 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지원자의 성적과 출신 학교는 지원자의 학업 충실도와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무엇으로 능력을 측정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정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80%가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그런 가운데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감을 파고든 사교육이 난립하고 있어 결국 또 다른 스펙 쌓기를 조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취업준비생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성의 관점에서 블라인드 채용은 사회의 큰 문제인 채용 비리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임이 분명하다. 블라인드 채용 취지에 맞게 기업들과 정부는 허점을 보완할 방침과 기준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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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codm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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