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평가 제대로 하기
의사 평가 제대로 하기
  • 서민(의예) 교수
  • 승인 2018.11.07 10:04
  • 호수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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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의사 순위를 매겨보자
▲ Dr. Chouake의 평가
▲ Dr. Chouake의 평가

 

맘카페. 수많은 자영업자를 떨게 하는 말이다. “xx 가게 너무 싸가지 없더군요.”라는 글 한 방에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잖은가? 개업한 의사도 일종의 자영업이라 맘카페를 두려워하긴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많이 가는 소아과와 이비인후과는 맘카페가 특히 위세를 떨치는 분야로, 이들 중 맘카페로 인해 마음고생을 안 해본 의사는 없다시피 하다. 아는 소아과 의사가 한 말이 기억난다. “내가 멘탈을 유지하며 소아과 의사로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 뭔지 알아? 맘카페에서 내 병원을 검색해보지 않는 거야.”|

의료도 서비스의 일종이니만큼, 그 서비스를 소비하는 이들이 모여서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다만 맘카페가 의사를 평가하는 방식은 좀 아쉽다. 한 사연을 보자. 의사가 근육발달을 본답시고 기저귀를 벗기고 관찰을 했단다. 돌이 안 된 아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아이 엄마는 여자아이인데 허락도 없이 그리 한 것이 화가 났다. 어머니는 맘카페에 글을 올려 해당 소아과를 욕했다. 보통 이런 글에는 동조하는 댓글이 달리기 마련인데, 몇 개만 보자.

-저도 거기 별로예요. 의사가 귀찮아하는 듯해요.
-저도 여기 한번 가고 다신 안 가요.
-잘 보고 뭐고 너무 불친절해서 가고 싶지 않더군요.
물론 옹호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어딜 갈까 망설이는 어머니라면 이 글을 보고 해당 소아과를 거르게 된다. 문제는 그 선생의 행위가 나쁜 게 아니라는 점이다. 3분 진료가 일상이 돼버린 현실에서, 기저귀를 내리고 근육을 봐주는 건 오히려 정성을 들여 진료해준 것이지, 욕을 먹을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의사가 한두 명의 선동으로 인해 망하기라도 한다면 그게 과연 바람직할까? 어느 의사가 불친절하다,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아이를 울렸다 같은 인상비평 수준의 평가 말고, 제대로 된 평가가 내려져야 하는 이유다.

미국에선 인터넷이 생기고 난 2000년대 초부터 의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고민해왔다. 치료 효과는 있는지,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주는지 등등 여러 항목에 걸쳐 의사를 평가했는데, 그 자료가 쌓이니 제법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Healthgrades.com은 아예 의사평가만을 전담하는 회사로, 이 사이트에 가면 거의 모든 의사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응급의학과 의사인 Chouake를 보자. 뉴욕주립대에서 의학을 전공했고, 37년간 의사로 일했다. 그동안 환자로부터 고소를 당한 적이 없으니, 믿음이 간다. 그 뒤 대기시간. 신뢰도. 진료시간 등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 이 밖에도 병원의 환경이 어떤지, 의사는 친절했는지 등등에 대한 평가도 나오는데, 이 모든 걸 종합한 최종 별점은 5점 만점에 3.8점이다. 총 42명이 평가를 했는데 26명이 5점을, 5명이 4점을, 11명이 1점을 준 것으로 보아 평가가 극과 극인 듯하다. 맨 밑에는 환자가 의사에 대해 자유롭게 서술할 수 있도록 해놨는데, Chouake에 대해 한 환자는 이렇게 써놨다. “제대로 진단받으려면 여러 번 방문해야 합니다. 그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인상비평 수준인 맘카페의 평가보다 훨씬 더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물론 이런 평가가 늘 공정한 것은 아니며, 해당 의사가 이로 인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명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 의사도 이런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더 좋은 진료를 위해 노력할 것이니, 의사. 환자 모두에게 윈-윈일 수 있다. 제대로 된 의사평가가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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