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구속 유감
의사구속 유감
  • 서민(의예) 교수
  • 승인 2018.11.21 09:57
  • 호수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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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의사의 구속
▲ 오진 의사 구속에  항의하는 성명서 발표
▲ 오진 의사 구속에 항의하는 성명서 발표

 

횡격막이라는 기관이 있다. 숨을 쉴 때 위아래로 움직이며 폐를 팽창시키고 또 수축시키는 근육이다. 숨 쉬는 것 이외에도 횡격막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건 바로 가슴과 배를 분리하는 것이다. 횡격막 일부가 찢어지면 어떻게 될까? 배의 압력이 가슴의 압력보다 높기 때문에 배에 있는 장기가 그 구멍을 통해 가슴으로 밀려 올라가며, 그로 인해 폐가 찌부러진다. 이게 바로 횡격막 탈장이다. 미리 발견해서 진단한다면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증세가 악화돼 사망할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다. 

2013년 어느 날 밤, 8세 남아가 배가 아프다며 종합병원 응급실에 왔다. X레이를 찍어 본 응급의학과 의사 A는 그 나이 또래 아이에서 복통의 원인으로 가장 흔한 변비라고 생각해 변비약을 처방하고 아이를 돌려보냈다. A는 추적관찰을 위해 소아과 진료를 보라고 한다. 아이는 그 말대로 했다. 소아과의사 B는 두 차례 환자를 진찰하지만, A가 내린 변비라는 진단이 맞다고 생각한다. 복통이 지속되자 가정의학과 C가 환자를 진찰한다. C 역시 변비일 것으로 생각한다. 안 되겠다고 생각한 보호자는 아이를 다른 병원에 데려간다. 보호자는 의사 D에게 “아이가 5월 초에 합기도를 하다가 가슴을 맞았다”고 말했고, 이 말을 들은 D는 폐와 막 사이에 공기가 차는, 소위 기흉이 아닌가 의심한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고, D는 CT를 찍은 후에야 횡격막 탈장이란 진단에 이른다. D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애썼지만, 환자는 그만 죽고 만다. 유족은 먼저 간 병원을 고소했고, 민사소송 결과 병원 측은 유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한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8년 마무리된 형사소송 1심판결은 의사들을 경악하게 했다. A, B, C 세 명의 의사가 모두 구속된 것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번 조치는 이해할 수 없다. 첫째, 의사들이 그 아이를 죽게 한 것은 고의가 아니다. 가만 놔두면 살았을 사람을 일부러 죽인 게 아니라는 얘기다. 둘째, 횡격막 탈장은 그리 흔한 질환이 아니며, 아이에게서 발생할 확률은 더더욱 낮다. 게다가 보호자는 합기도 도중 외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X레이 결과만으로 횡격막 탈장을 의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D를 포함해 오랫동안 의사 생활을 한 의사 네 명이 모두 오진한 것을 보라. 셋째, 병원 측은 3년 전 유족 측과 합의를 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를 구속하는 건 국민들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할지언정 사회적 실익이 없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의사의 구속이 당연시되는 세태다. 올해 1월에도 신생아실에 있던 아이가 죽었다는 이유로 의사가 구속된 적이 있었지 않은가? 소방관이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속된다면, 소신 있게 불을 끌 수 없을 것이다. 경찰이 범인을 놓쳤다고 구속된다면, 소신 있게 경찰직을 수행하지 못하지 않을까? 의사도 마찬가지다. 오진한 의사를 구속하면 다른 의사들에게 경각심을 줘서 전반적인 오진율이 낮아질까? 그보다는 의사들이 정확한 진단을 위해 검사를 지나치게 많이 하는 소위 방어 진료로 대응할 확률이 높다. 변비약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환자에게 무조건 CT를 찍게 하고, 부위별 MRI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들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위중한 환자를 보지 않으려 하거나, 무조건 큰 병원으로 보내버릴 수도 있는데, 이것 역시 국민들의 손해로 귀결됨은 당연하다. 제발 소신껏 진료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사들의 절규가 그렇게 들어주기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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