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파도 앞에 선 총여학생회… 우리 대학 총여의 행방은?
시대적 파도 앞에 선 총여학생회… 우리 대학 총여의 행방은?
  • 조민주·박상엽 수습기자 정리=장승완 기자
  • 승인 2018.11.28 10:57
  • 호수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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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여학생회의 존폐에 관한 논란이 다시금 수면위로 올라오며 각 대학에서도 이를 둘러싼 이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동국대가 지난 19~21일까지 총학생투표를 진행한 결과 7천36표 중 찬성 5천343표(75.94%), 반대 1천574표(22.37%)로 총여학생회 폐지가 가결됨으로써 연세대와 5년 이상 공석인 형식적 총여학생회를 제외한 서울 시내 대학의 모든 총여학생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총여학생회는 과거 남성 중심의 대학 조직과 문화에서 여성이 소외되는 것을 막고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 등장했다. 최초의 총여학생회는 1984년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만들었다. 이후 서울권 대학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총여학생회와 같은 여성 자치기구가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며 대학의 성비가 비슷해졌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며 여성만을 위한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총여학생회의 회비가 남성과 여성이 모두 납부한 학생회비를 사용함에도 총여학생회에 대한 남성의 투표권과 의결권은 없는 것이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여기에 장기간의 후보자 부재에 따른 공석까지 더해져 결국 총여학생회는 폐지되거나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통합되는 처지가 됐다.


우리 대학 천안캠퍼스의 경우 이미 지난 2010년 총여학생회가 사라지고 2011년부터 총학생회 산하 여성국이 신설돼 운영되고 있다. 여성국에서는 여성의 날 기념행사, 화장실 몰래카메라 탐지를 비롯한 전반적인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총여학생회 자리는 여학생 휴게실로 탈바꿈했다. 여성국 박슬지(동물자원·4) 국장은 “총여학생회가 아닌 총학생회 산하 여성국이 된 것은 성별에 구애하지 않고 정당성 있는 보편적 복지를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축소였다”며 “앞으로도 학내 여학우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을 위한 안전과 복지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소혜(식품영양·2) 씨는 “여성국 차원에서 화장실 몰래카메라 등 시의성 있는 문제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해줘 총여학생회에 대한 필요성은 크게 못 느낀다”며 “학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성범죄 사건에 대한 전담 기구만 생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죽전캠퍼스의 경우 지난 9월 정기 대의원총회를 통해 총여학생회 폐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총여학생회 폐지 과정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학생 사회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처리였다는 것이다. 대의원총회에서 총여학생회를 폐지한 것은 총대의원회 회칙 제13장 ‘회칙개정’에 근거해서 총학생회 회칙 제14장 ‘총여학생회’와 관련 세칙을 모두 삭제하는 방향으로 회칙개정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총대의원회 관계자는 “지난 3월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와 관련된 회칙을 삭제함으로써 졸준위를 폐지한 것과 같이 총여학생회를 폐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총여학생회가 회칙 삭제 전인 총학생회 회칙(2017년 9월 27일) 79조 ‘총여학생회는 단국대학교 전 여학생의 대표기구이다’에 따라 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실상 최고 학생자치기구인 점을 미뤄 보았을 때, 체계적인 여론 수렴 과정이나 공고 없이 대의원총회를 통해 총여학생회를 폐지한 것이 학생사회와 온도 차 있는 처리였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앞서 설명한 동국대를 비롯해 성균관대(양 캠퍼스)와 부산대, 고려대 세종캠퍼스 등에서는 죽전캠퍼스와는 달리 총학생투표를 통해 총여학생회 폐지를 결정했다. 또한 연세대는 지난 6월 총학생투표를 통해 총여학생회 개편을 확정 지었으며, 광운대는 총여학생회 회칙 삭제에 관한 안을 총학생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특히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의 경우 전체 투표율 67.58% 중 총여학생회 폐지 2천548표, 유지 2천495표로 53표 차의 근소한 차이로 폐지가 결정된 바 있다.


조유미(경영·2) 씨는 “다른 대학에서 총여학생회 폐지를 두고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어서 우리 대학의 상황도 궁금했는데 불과 몇 달 전에 대의원총회를 통해 없어졌다는 사실이 충격”이라며 “별다른 안내도 없이 대의원들이 총여학생회 폐지를 결정한 점과 총대의원회 차원에서 특별히 소식을 전하지 않은 점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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