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가 파멸할지라도...
사랑하다가 파멸할지라도...
  • 송정림 작가
  • 승인 2019.03.06 23:25
  • 호수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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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사랑의 꿈에 젖어 살다가 그 환상 속에 기꺼이 파멸한 남자의 이야기 <위대한 개츠비>는 - 네가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이런 걸 생각해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네가 가졌던 그런 유리한 처지에 있지 못했다는 것을- 아버지의 그 말씀을 간직해온 닉 캐러웨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닉은, 이웃저택의 한 남자가 서있는 것을 본다. 개츠비는 멀리서 반짝이는 단하나의 초록색 불빛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바라보려는 것은 건너편 집에 사는 데이지였다.

 

개츠비는 가난 때문에 사랑했던 데이지를 잃었다고 생각하고 거부가 돼서 그녀 앞에 나타났다. 데이지의 창문에 불이 켜지는 것을 보기 위해 그녀가 사는 집 건너편에 호화로운 저택을 마련한 개츠비는 데이지가 올지도 모른다는 열망 때문에 주말마다 파티를 연다. 데이지와 팔촌 사이인 닉을 통해 데이지와 만난 개츠비는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그가 쌓은 부를 자랑한다. 데이지는 개츠비의 부에 황홀해지고 그의 팔에 그녀의 팔을 낀다. 그는 데이지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남편 톰에게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하기만을, 5년 전으로 그들의 사랑을 되돌리기를, 바랄 뿐.

▲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무더운 여름 날, 개츠비와 데이지, 데이지의 남편 톰, 그리고 닉은 뉴욕의 호텔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개츠비는 톰에게 말한다. “당신의 부인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날 사랑하고 있습니다. 내가 가난했기 때문에, 날 기다리다 지쳐, 당신과 결혼한 것입니다.” 그러나 데이지는 “톰을 사랑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얼버무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데이지가 운전한 차는 갑자기 차를 보고 뛰어드는 여인을 치게 된다. 그 여자는 톰의 내연녀였다. 개츠비는 닉에게 말한다. “내가 운전했었다고 말하겠어요.” 개츠비는 데이지를 지켜주기 위해 밤새 그녀의 집을 지켜본다. 톰과 데이지가 음모를 열심히 꾸미고 있는 줄도 모르는 채.

 

다음 날 개츠비는 수영장에서 홀로 수영을 한다. 그때, 데이지의 차에 죽은 여자의 남편이 권총을 들고 톰을 찾아간다. 톰이 그에게 무슨 말인가를 한다. 그의 권총은 개츠비에게로 방향을 튼다. 닉은 그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츠비의 과거를 알아낸다. 그에 대한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그는 사랑을 되찾기 위해 뼈가 부서지도록 일해서 부호가 되어 돌아온 사람이었다. 개츠비의 장례식은 쓸쓸하다. 그의 파티에서 흥청대던 사람들은 아무도 오지 않고, 목숨 걸고 사랑했던 데이지는 그의 무덤에 꽃 하나 얹어주지 않는다.


사랑 때문에 성공하고 싶었던 순수했던 한 남자는, 사랑으로 파멸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에 학살당한다. 그렇다면 그토록 어리석은 개츠비가 왜 ‘위대한’ 개츠비일까? 그 이유에 대해 닉은 이렇게 개츠비를 회상한다. 그에게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탁월한 능력과 낭만적인 준비성이 있었노라고. 그것이 바로 그가 ‘위대한’ 이유이다. 속물이었고 무책임했고 비도덕적인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단 한 번도 놓지 않았던 개츠비. 과연 데이지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었을까? 그러나 사랑 받을 가치는, 오직 사랑하는 이가 결정하는 것이다.


날 아프게 하고, 많은 결점을 지녔지만,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 세상사람 모두가 안 어울린다고, 상대방조차도 제발 날 사랑하지 말라고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랑이니까. 꽃잎 피는 골목을 걸으면 그 길 한 모퉁이에서 문득, 바보 같지만 진정한 사랑을 할 줄 알았던 위대한 개츠비가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당신은 파멸이 두렵지 않은 사랑을 하고 있느냐고.

 

송정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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