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하나에 미친 듯이 몰두해본 적이 있는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서야 현실로 돌아오는 경우 말이다. 나에겐 단대신문이 그런 존재였다.
기사 배정이 많은 주에는 밤샘은 기본, 때로는 수업 대신 취재를 나갔다. 꿀 같은 주말에 친구들과의 재미난 술자리 대신 노트북 앞에 앉아 기사를 쓰는 일상에 “대학에 온 걸까 신문사에 취직한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이는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재미난 순간이기도 했다. 조금씩 성장해가는 성취감이 좋았고 고생 끝에 신문에 실린 기사는 외울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과 동기들에게 “또 단대신문이냐”는 구박을 귀에 달고 살았으니 이 정도면 중독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렇게 5학기가 지났다. 수습기자, 정기자, 총무부장 그리고 편집장으로 보내온 생활. 즐겁기만 하던 수습 꼬맹이는 점차 재미보다 책임감이 먼저인 사람이 돼갔다. 평소 끈기는 찾아볼 수 없던 사람이 스스로가 낯설어질 만큼 참으로 깊이도 몰두했다.
한때 일에 익숙해지자 성취감은 조금씩 무뎌졌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때 선배들의 진심 어린 조언들이 또 하루를 견디는 버팀목이었다. 그리고 힘들어하는 내게 다가와 등을 토닥여주던 동기들의 따뜻함이 좋았다. 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자극제가 되어준 후배들까지. 그들 덕분에 상상만 해보던 이 순간이 찾아 왔다.
오로지 단대신문에 몰두해 오던 내가 앞으로는 무엇을 하고 살지가 가장 큰 고민이 됐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직 단대신문을 향한 이 마음은 쉽사리 놓치고 싶지 않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