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 장려금 정책과 같이 많은 제도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률은 여전히 갑갑한 실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발달장애인은 취직이 어렵고, 구직에 성공하더라도 장기적인 근무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동구밭’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고자 탄생한 소셜 벤처 기업으로 성인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모든 사원이 함께 밭을 일구며 살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는 동구밭은 직접 텃밭에서 농작한 원료로 천연비누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동구밭의 노순호(28)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 세상의 변화를 꿈꾸며 변호사를 목표로 로스쿨 진학을 계획했다. 하지만 당시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관한 대학 연합 단체 ‘인액터스’에서 성인 발달장애인 문제를 접한 후, 발달장애인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깨달아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인액터스에서 함께한 이들과 초기 팀을 꾸리며 지금의 동구밭을 구성한 그는 팀원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 세계 자폐인의 날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며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창업을 시작할 때 여러 지원 사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상금이나 지원금을 받아 기업을 이끌었다. 그중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정부의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이다. 덕분에 아무것도 없던 상황에서 창업 멘토링, 지원금 등 여러 가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노 대표는 “대학생들이 창업 모델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창업 자금을 지원받을 곳은 많다”며 창업 준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동구밭이 사업 상품 선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였다. 또한 기술이나 자본 등의 여건을 생각했을 때 당장 제작을 시작할 수 있는 사업 상품이어야 했다. 유통기한이 길어 납품에 용이해야 하고, 5년 안에 1위를 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있는 상품일 필요도 있었다. 이러한 기준들이 모여 지금의 고체 타입 천연 비누가 탄생했고, 입욕제까지 만들어냈다. 그뿐만 아니라 노 대표는 각 기준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달장애인의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우선시하려 노력했다. 실제로 동구밭은 월 매출이 400만원 상승할 때마다 발달장애인을 1명씩 추가로 고용하고 있다.
노 대표는 사업 초기에 기업을 성장시키며 사람이 떠나가는 상황에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 이를 해결하고자 대표로서의 책임감을 키우고 제조업에 초점을 맞춰 수입 창출 집중도를 높였다고 했다. 이에 “지금도 사람 때문에 힘들지만 사람 때문에 좋을 때도 많다”며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해온 원동력이 함께 일해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매출이 곧 새로운 사람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새로운 만남이 즐겁고 앞으로도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창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량은 인내심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잘되는 일은 없다며 조급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사유재산을 중요시하기보다 사회적 비용에 대한 책임감과 사원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며, 무엇보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에게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사람마다 성향에 자리가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선택지를 넓혀가라”고 전했다. 또한 대학생 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며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창업을 시도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