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과 철은 가구 제작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소재다. 하지만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30~40%에 불과하다. 나머지 플라스틱은 소각되거나 폐기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최근 쓰레기 배출량 증가로 인해 악화 중인 전 지구적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많은 기업에서 친환경 소재의 제품 및 포장재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활용률 90%에 달하는 종이를 소재로 일상제품을 제작·판매하고 있는 페이퍼팝의 박대희(34) 대표를 선릉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종이(paper)로 유쾌한(pop)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의 페이퍼팝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 종이로 가구를 만들면 쉽게 찢어질 것 같다는 우려와 달리 종이 가구의 내구력은 200kg 이상을 견딜 정도로 튼튼하다. 지금까지 여러 기업에서 종이 가구를 출시했지만, 가볍고 친환경적이라는 장점 대비 가격이 비싸 접근성이 낮았다. 반면 페이퍼팝은 저렴한 가격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그는 “국내 최초로 도입한 연결 부재 방식 덕분이다”라고 전했다. 기존에 종이 가구 제작에서 사용되는 방식으로는 ① 풀로 붙이기 ② 종이접기 ③ 종이 연결 부재(나사, 못 등) 방식, 총 세 가지가 있다. 페이퍼팝은 이 중 연결 부재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타사 대비 저렴하고 얇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박 대표는 “1인 가구의 2년 내 이사 비율이 약 70%에 달하는데 이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버려지는 가구가 발생한다”며 이사로 인해 새 가구를 구매하는 1인 가구를 주 고객층으로 겨냥한 배경에 대해 밝혔다. 또한 종이로 만든 가구는 조립하기도 쉽고 재활용률이 타 소재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 동기에 대해 “동일본 대지진 사태 당시, 종이로 피난처를 만들어 사용하는 모습에서 착안했다”며 상품 제작에 대해서는 “박스 제작 회사에서 4년간 근무했던 경험에 기반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하는 ‘챌린지 1000’ 창업 프로젝트에 참여해 사업 공간과 시제품 제작 자금 등을 지원받았다.
사업 초기, 관련 업계 재직 경험 덕분에 순조로울 것으로 생각했던 창업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박 대표는 “제작부터 마케팅, 고객 응대까지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며 창업 초기를 회상했다. 당시 페이퍼팝은 질 낮은 제품으로 인해 종종 소비자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후 2년 이상 계속된 보완 작업을 통해 지금의 내구성 있는 제품을 생산하게 됐다.
또한 가장 힘들었던 경험으로 온라인 장터 ‘옥션’ 홈페이지 메인에 페이퍼팝이 실렸던 일을 꼽았다. 이전까지 하루 한 개 정도의 주문이 들어오던 상황에서 메인 배너 게재로 인해 갑자기 몇백 개의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수요에 맞는 공급이 어려웠다. 이에 배송 지연과 품질 저하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처럼 창업 과정이 험난했던 박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가질 것을 강조했다. 그는 “제대로 된 계산 없이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본인의 관심사에 맞고 정말 하고 싶은 창업을 해야 오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창업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충분한 경험과 자본을 꼽으며 일반 회사에 입사해 업무 감각을 쌓고 초기 자본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