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이 체중을 줄이고, 강아지 구충제가 암을 치료하는 세상이라고?
당뇨약이 체중을 줄이고, 강아지 구충제가 암을 치료하는 세상이라고?
  • 윤수진 약사
  • 승인 2020.05.26 20:52
  • 호수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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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약의 양면성
▲출처-길리어드사이언스
▲출처-길리어드사이언스

 

인간에게 약은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물질이다. 아주 조금의 양으로도 인체에서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진통제 한 알로 두통이 해결되거나 허리 통증이 줄어드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으며, 소화제 한 알로 더부룩한 느낌의 배 컨디션이 해결되는 것이 그 예다.

그만큼 약은 아주 작은 양으로도 인체 곳곳을 바꿔 놓는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혈압을 떨어뜨리기 위해 사용한 약인데, 어느 순간 마른기침 스위치 전원을 킨 것처럼 기침을 정신없이 시작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런 것들을 일반적으로 약물의 부작용, 혹은 이상반응이라 부른다.

이렇듯 약은 질병의 치료를 위해 사용하지만,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리고 몇몇 약들은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렘데시비르’라는 약이 부각되고 있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으나, 별다른 결과가 없던 차에 코로나19에 대한 반응성을 들어 갑자기 치료제로 급부상한 약이다. 물론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자리잡을지 여부는 명확치 않으나, 전 세계 인류에게 구원투수 정도로 등장해 기대를 한껏 받고 있지 않은가.

약이 가진 양면성은 이처럼 의외의 상황들을 만들어낸다. 한마디로 약은 우리가 의도한 치료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다른 문제들을 만들기도 해결하기도 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몸의 여러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음을 의미한다. 전립선 비대증 때문에 사용했던 ‘피나스테리드’라는 약은 남성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데, 이로 인해 머리털을 비롯해 인체의 각종 털이 자라나는 기적을 접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물론 남성 호르몬에 대한 영향 때문에 임신 가능한 여성은 피나스테리드라는 약 자체를 사용할 수 없다. 특히 임신한 여성이 피나스테리드에 노출되면 기형아 출산 위험이 높아진다. 약이란 물질은 이렇게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 나타낼 수 있는 물질이다.

하나의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신약이 나오는 과정 자체가 무척 까다롭다. 이에 기존에 나온 약들을 가지고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하는 일이 잦다. 예를 들어 일부 당뇨병 치료제와 우울증 치료제들은 체중 감소를 위한 약제로 사용되기도 하며, 폐암 치료제로 개발된 약제는 난소암이나 위암 등 다양한 암에 적용하는 방법은 이미 많이 하고 있는 진부한 레파토리다. 심지어 질환이나 증상별로 용량을 바꿔가며 치료에 적용하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니, 약 하나가 단 하나의 작용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해열진통소염제라는 약은 단 한 알의 약으로 열도 내리고, 통증도 줄여주며, 염증도 가라앉히는 1석 3조의 역할을 한다. 위와 장의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한 번에 3가지 효과를 나타내는 약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이처럼 약은 단 하나의 목적으로만 사용한다고 해도, 우리 몸 어디선가는 또 다른 작용을 부지런히 수행하고 있다. 그것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약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만큼 약이란 알다가도 모를 놈이 아닐까?

윤수진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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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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