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국가,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들에게 자유의 국가, 꿈의 국가로 칭해진다. 나도 어릴 적 아메리칸 드림을 다룬 매체의 영향으로 미국에 대한 환상이 있어 교환학생을 갔었다. 그리고 5월 29일 자로 학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선진국이라는 이름 속 가려진 어두운 면을 보게 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에서 유색인종으로 살아남기』라는 책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종차별이 전과 비교해 더 심해진 것을 느꼈다. 마트 앞에 서 있으면 중국으로 돌아가라며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봄방학에 잠깐 여행 간 뉴욕 지하철에선 한 흑인이 내가 앉아있는 쪽 옷깃만 올리며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기분 나빠 하는 순간도 있었다. 이 외에도 마스크 문화가 익숙하지 않았던 그들은 마스크를 쓰고 나갈 때마다 “왜 마스크를 쓰는 거냐”며 시비를 걸기 바빴다. 하지만 우습게도 마스크를 쓴 백인에게는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았다. 미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상대가 무엇을 하던 존중해주는 자유로운 국가라고 생각했기에 이는 인종차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그보다 제일 무서운 건, 처음 인종차별을 당했을 땐 가만히 있어도 몸이 떨릴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계속 반복되는 상황에 체념하고 차별에 무덤덤한 내 모습을 발견하는 거였다. 무의식중에 ‘나는 동양인이니까…’ 라는 인식이 박혀 생활하게 됐었다. 하루빨리 이 점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환학생 동안 주변 사람들과 함께한 추억으로 미국에 대한 좋은 인상은 남아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코로나에도 계속되는 파티문화, 사재기, 인종차별을 겪으면서 말만 선진국이지 사실상 후진국이나 다름없다고 느꼈다. 언젠가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이나 아메리카에서 유색인종이 평범하게 살 수 있기를 막연히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