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처방 받은 다이어트 약, 알고 보니 정신과 약?
병원에서 처방 받은 다이어트 약, 알고 보니 정신과 약?
  • 윤수진 약사
  • 승인 2020.06.18 03:00
  • 호수 14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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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다이어트 약
출처-일동제약
출처-일동제약

 

여름이 다가오면 가벼워지는 옷차림 덕분인지,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급증한다. 정상적인 식단 관리와 운동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병원에 달려가 다이어트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현실이다.

다이어트 약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무심결에 약 이름을 검색하던 찰나,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으면 우울증 치료제, 항전간제(간질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등 생각지도 못한 약들이 줄줄이 나온다니 도대체 약 처방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올해 초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이라는 비만 치료제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이유로 판매 중지됐다. 벨빅은 식욕억제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이었다. 안전한 식욕억제제로 각광 받았지만, 사실 이 약제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었던 제품으로 의존성이 있을 수 있는 약이었다. 벨빅은 세로토닌처럼 작용하는데, 우리 몸에서 세로토닌이 많아지면 기분이 좋아지고 포만감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리덕틸(성분명 시부트라민)’이라는 식욕억제제는 심혈관계 부작용 문제로 현재 판매 중지됐는데, 이 약제는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 중에 식욕억제 효과가 발견되면서 식욕억제제로 개발된 제품이었다. 리덕틸은 인체의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는데, 우울감을 저하시키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 상당히 많이 처방됐던 약제다.

토피라메이트(Topiramate) 성분의 약제 역시 항전간제 즉, 간질을 치료하는 약제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체중이 감소되는 반응이 알려지면서 비만 클리닉 등에서 처방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체중 감량을 위해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약제들은 원래 정신, 신경질환 치료제들이 많다.

이렇게 정신질환, 신경질환에 쓰던 약들이 체중 감량에 사용되는 것을 보면 과도한 체중 증가는 정신 건강의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즉,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신체가 깃드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다이어트 약을 처방 받던 사람들 중에는 약을 중단하면 극도의 불안감이 생긴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다. 중독된 사람처럼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닐지 걱정하기도 하는데,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약들 일부가 향정신성 의약품들에 해당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이어트, 체중 감량이 화두가 되는 여름이지만 약에 의존한 체중 감량은 최후의 선택으로 둬야 한다. 이에 국내에서는 체중 감량으로 약을 사용하는 경우를 BMI(Body Mass Index, 체질량지수) 30kg/m2 이상으로 정하고 있으며 고혈압이나 제2형 당뇨병 등이 있는 경우에는 BMI 27kg/m2 이상인 사람에게 투여하도록 하고 있다. 체중 감량을 하려는 사람 대부분이 이 기준에 충족하지 않기에, 체중 감량은 가장 기본이 되는 운동과 식단 조절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에 있어서 쉽게 가는 길은 오히려 독화살이 돼 당신에게 비수로 꽂히기 십상이다.

윤수진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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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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