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일짜리 소원을 빌며
75일짜리 소원을 빌며
  • 승인 2020.09.29 13:15
  • 호수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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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출소

◇ 알고리즘은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보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데, 유튜브의 경우 대중의 유행을 반영한 홈 화면이 구성된다. 그래서 이는 사회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장이기도 하다. 요즘 이곳에는 철 지난 뉴스 영상이 자주 걸린다. 그중 필자는 세 개의 영상이 기억에 남는다. 딸을 성추행한 교사를 살해한 부모에 관한 3년 전 뉴스, 아들의 흉기에 찔린 엄마가 도망치라는 유언을 남긴 1년 전 뉴스가 그것이다. 이는 등장인물만 봐도 알 수 있듯 모두 ‘부모’라는 공통 주체를 다룬다. 나머지 뉴스 하나는 이 둘과 달리 최신 뉴스다.

◇ 먼저 첫 번째 뉴스, 고등학생 딸을 둔 40대 엄마는 자신의 딸을 성추행한 50대 교사를 흉기로 살해했다. 취업 상담을 위해 찾아간 자신의 딸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이유였다. 뉴스룸 패널은 말했다. “법적 절차를 따라 끔찍한 일을 막았어야 한다” 그리고 자막이 걸렸다. 교사 살해 학부모,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나?’

◇ 두 번째 뉴스, 잦은 꾸중이 화난다는 이유로 30대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했다. 그런데 엄마는 흉기에 찔려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들에게 “옷을 갈아입고 도망가라”고 말했다. 죽음의 고비 앞에 선 엄마는 자신을 찌른 비정한 아들의 미래를 걱정했다. 이처럼 부모의 마음이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뉴스, 12년 전 8살 딸을 납치해 성폭행한 가해자가 출소 후 동네로 돌아온다는 사실에 부모는 이사를 고려한다. 하지만 이들은 당장 이사할 경제적 여유 가 없다. 잠깐. 뭔가 잘못된듯한 느낌이 들겠지만, 이는 비극 실화다. 한국에서 형기를 마친 범죄자를 재수용하는 것은 이중처벌 행위이며 그에게 소급 적용을 할 수 없으므로 출소를 막을 방법은 없다.

◇ 그럼 이쯤에서 첫 뉴스로 돌아가 보자. 만약 사건 당일 엄마가 그를 경찰에 신고했다면, 3년이 지난 지금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까. 평생 상처를 남긴 가해자에게 주어진 형벌을 보며 찢긴 마음을 달랬을까. 얼마 남지 않은 출소일을 보며 애타는 마음을 달랬을까. 혹시 그가 이웃으로 변신해 지내는 모습을 그리며 괴롭진 않았을까.

◇ 알고리즘도 대중이 공감한 부모의 마음을 읽었다. 그럼 추상적인 법조문이 이를 헤아려 주지는 못할지언정 같은 인간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그중에서도 좀 더 힘을 가진 인간이 나서 이를 헤아려 준다면, 우리 좀 더 법대로 살만하지 않을까.

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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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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