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이 지금 개발된다면, 약국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이유
아스피린이 지금 개발된다면, 약국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이유
  • 윤수진 약사
  • 승인 2020.11.10 16:07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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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아스피린
▲ 아스피린 프로텍트정 100mg
▲ 아스피린 프로텍트정 100mg

 

아스피린(Aspirin)은 1899년 독일의 제약회사인 바이엘이 내놓은 약이다.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살리실산 성분을 이용해 만든 아스피린은 해열, 소염, 진통 효과를 내는 약으로 100년 넘게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세계 1, 2차 대전과 1910년대 스페인 독감을 겪으면서 해열과 진통 효과를 가진 아스피린은 전 세계적인 약으로 자리매김했다. 개발 초기에 가루로 개발된 아스피린은 현재 알약으로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500mg, 100mg 두 가지 용량의 아스피린이 판매되고 있으며, 국가마다 조금씩 다른 용량으로 출시돼 있다. 하지만 아스피린이 지금과 같은 현대 사회에서 개발이 된다면, 과연 무사히 의약품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요즘 같은 시대에 아스피린은 개발 도중 엎어져 세상의 빛을 볼 수 없다. 아스피린은 약산성을 띠는 약이며, 위에서 형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스러진다. 이 과정에서 위장관 출혈, 속 쓰림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데 이 빈도가 상당히 높다. 특히 위장관 출혈을 일으키는 부작용은 또 다른 관련 질환들을 유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심지어 드물지만 레이 증후군(Reye syndrome)이라는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약품으로 허가되기 힘든 약이다.


심지어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성분의 비교적 저렴한 타이레놀(Tylenol)을 비롯해 다양한 해열진통소염제들이 시장에 나와 있는 현재, 굳이 위장관 출혈까지 감수하면서 아스피린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 즉, 아스피린은 1890년대 현대적 개념의 의약품이 거의 없던 시절 개발됐기에 세상의 빛을 본, 어쩌면 시대를 잘 타고난 의약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아스피린이 낮은 함량으로 사용되면 심혈관질환 예방, 항혈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제 아스피린은 병·의원에서도 의사 처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약이 됐다. 다만, 그 아스피린은 진통 목적의 용량인 500mg 가 아니라 1회 75~125mg 수준의 저함량이다. 심지어 국내에서 항혈전 효과와 심혈관질환 예방목적으로 처방되는 아스피린은 100mg의 장용성 정제(위를 보호하기 위해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서 녹는 특수 코팅을 입힌 형태)이다. 그만큼 위장관에 대한 부작용 문제는 계속해서 아스피린을 따라다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약품 개발에 있어서 효과와 안전성의 균형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서 아스피린과 같은 약은 다시 보기 힘들다. 현대 의약품 역사 초창기에 개발된 아스피린은 그 시대에 태어났기에 아직도 생존하게 된, 운수 대통한 시대의 아이콘과 같은 약이라 할 수 있다.

윤수진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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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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