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지구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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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팀
  • 승인 2021.05.18 14:01
  • 호수 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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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마지막 비상 탈출구는?

 

일러스트 유경민 수습기자
일러스트 유경민 수습기자

Prologue
기상청의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여름이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과연 우리에게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권이 아직 남아있긴 한 걸까. 이에 본지는 기후 위기와 마주한 지구, 그 마지막 비상 탈출구를 찾고자 한다.

 

기후가 주는 영향 
① 직접적인 피해
기후변화에 대한 피해는 직접적인 피해와 간접적인 피해로 분류되며, 직접적인 피해에는 태풍, 폭염, 황사 등이 있다. 이러한 피해는 지구온난화(이하 온난화)로부터 기인하며 해수면 상승과 극지방의 빙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빙하 속 유기물질들의 노출로 다량의 메탄가스를 방출해 다시금 온난화를 가속한다. 유은혜(제약공·1) 씨는 “근 5년 내 여름의 더위가 심각해진 것 같다”며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음을 밝혔다.


태풍의 경우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해수 온도가 올라가 증발량이 증가하면서 발생 빈도와 강도가 커지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열대저기압 변화를 분석한 결과, 온난화로 인해 강력한 태풍이 5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고신대 이동규(보건환경) 교수는 “강우량, 기온과 같은 무생물에 변화가 일어나면 그 환경 속에 사는 생물들에도 생리적·생태적 변화가 따라온다”며 “결국 모든 생명체에게 영향을 줘 자연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게 된다”고 심각성을 밝혔다.


② 간접적인 피해
기후변화로 인해 김가현(영어·2) 씨는 “벚꽃 개화가 눈에 띄게 빨라진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온 상승은 개화 시기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거나 기온이 상승하면 꽃가루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하는 꽃가루 발생량이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는 감염병의 매개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메르스, 에볼라, 코로나19 바이러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밀림 지대의 감소로 원숭이, 박쥐와 같은 동물들이 인가로 내려와 전에는 드러나지 않던 바이러스에도 노출되는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로 모기와 진드기의 수가 증가해 관련 질병에 걸릴 확률도 함께 증가했다. 실제로 일본뇌염의 경우 국내에서 매년 3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데 이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6배가량 높아진 수치다.


2014년 도쿄 요요기 공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뎅기열 감염은 온난화로 인해 아열대 지방의 질병 매개체가 온대 지역으로 넘어온 예이다. 이러한 감염병은 공항과 항구를 통해 유입되며 자칫 토착화될 위험성이 있다. 한양대 이근화(의예) 교수는 “매개체들이 병을 퍼뜨리며 유입 환경에 적응하게 되면 그 지역에 토착적으로 발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하며 “공항과 항구의 매개체 감시에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를 넘어서 위기로
영화 <투모로우>, <설국열차>, <인터스텔라>는 기후재난을 잘 나타낸 영화로 손꼽힌다. 대중들은 해당 영화를 보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지만, 100년 뒤에나 일어날 일로 생각하고 넘겨버린다. ‘지금은 아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최근 지속된 기후 위기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작년은 ‘역대 최소·최장·최초’ 기록들을 쏟아내며 기후 위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기상청의 「2020년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작년 1월은 역대 가장 따뜻했고, 장마가 50여 일 넘게 이어져 가장 긴 장마철을 기록했다. 6월 평균 기온이 7월보다 높았던 첫해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제 기후에 대한 문제는 기후변화 수준을 넘어선 ‘기후 위기’로 확대됐다.


최근 우리의 뇌리에 박힌 기후재난은 호주 산불일 것이다. 2019년 9월에 시작된 호주 산불은 5개월이 넘도록 계속됐으며 우리나라 면적 약 10만 ㎢를 훌쩍 넘는 11만 ㎢의 숲과 초원을 태웠다.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코알라처럼 호주 일대에서만 존재하는 야생 동물은 10억 마리 넘게 떼죽음을 당해 순식간에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렇게 호주 산불이 장기간 지속된 이유는 온난화로 인해 호주 대륙이 유례없는 고온과 건조 현상으로 바싹 말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산불 연기는 바람을 타고 북극, 알래스카와 같은 빙하지대까지 이동할 수 있어 그을음이 내려앉으면 빙하가 더 빨리 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후 위기로 발생한 결과는 또 다른 기후 위기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위기는 가라, 그리고 내일을 준비하자 
미국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산하 정책연구소에서 전 세계 경제학자 7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변화 대응의 경제성’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74%의 응답자가 기후변화 대응에 ‘즉각적이고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세계는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1880년대 기후과학이라는 명칭이 인류 역사에 새겨진 이래 100년이 지난 1980년대에야 기후변화 협약과 교토의정서 즉, 그린정책이 국제사회에 처음 도입됐다. 자국의 경제를 우선시하는 각 국가의 태도 속에서 교토의정서 제1차 공약 기간이 수확 없이 끝나고 전 세계가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의 필요성을 느끼던 2015년, 이를 대체할 파리기후변화 협약이 채택됐다. 올해 1월부터 적용되는 파리 국제 협약은 산업화 이전 시기와 비교해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자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담겨있다. 또한 이행 여부를 검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 또한 이행 여부에 대한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책이기에 여전히 각국의 ‘적극성’이라는 변수에 휘둘린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세계 각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우리나라 역시 이에 동참하며 작년 10월 ‘2050년 탄소 중립’ 선언에 따라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제로인 상태인 넷 제로(Net Zer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석탄 감축, 수소경제 활성화, 재생 에너지 비중 확대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도시 공간과 생활 기반 시설 개선에 투자할 것을 밝히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일러스트 유경민 수습기자
일러스트 유경민 수습기자

 

기후변화, 청년이 나설 차례 
본지에서 실시한 ‘기후변화에 대한 재학생 인식 설문조사’에 의하면 재학생의 95.4%가 기후 위기 심각성을 인지한다고 답했으나, 관련 캠페인이나 활동에 참여한 경험은 28.7%로 심각성을 인지한다는 의견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드러났다. 이에 ‘기후변화청년단체’에게 청년 세대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후 변화 대응 활동을 들어봤다.


① 지속가능한 식생활
육식과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식생활이다. 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며 특히 소와 양의 가스의 경우 메탄이 발생해 온실가스가 배출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힌다. 또한 식자재의 운송 과정이 길어질수록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도 증가한다. 이 때문에 육식을 지양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자재를 소비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점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② 투표권 행사
투표권 행사는 쉽고 강력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진 후보자에게 투표하거나 관련 법안 제정 움직임을 주시함으로써 정책 입안자에게 기후 위기에 관한 관심을 촉구할 수 있다.


③ 기후 위기 관련 행동 동참
관련 단체에 참여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한 깊은 정보를 얻고 다양한 대응 방법을 알 수 있다. 또한 비슷한 관심사와 가치관을 가진 동료를 만나 관심이 확대되기도 하며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를 막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청년 세대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청년단체 조규리(23) 씨는 “기후변화로 더 강하고 오랫동안 피해를 받는 것은 우리와 미래 세대이기 때문에 당사자성을 갖고, 내 행복을 찾기 위한 인권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단국인이 평소 궁금했던 기후 위기 Q&A  _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Q1. 지금 기후 위기 단계는 어느 정도인가요?

A1. 현재 기후변화가 급격한 변화 속도를 보임은 자명하나, 기후 위기의 수준을 정량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만 기후변화센터의 ‘기후위기시계’의 예를 참고하면, 25개 지표를 6점 척도(심각한 위험, 고위험, 위험 등)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총점 70점으로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Q2. 이대로 기후 위기가 계속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A2. 이대로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의 온대성 생태계가 대부분 아열대성 생태계로 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백화현상으로 인한 제주 산호 군란지의 사멸과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와 아열대성 질병의 증가가 예측되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연안 지역의 침수가 우려됩니다.


Q3. 일회용품 감량으로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A3. IPCC(기후변동에 관한 정부 간 패널)는 모두에게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일회용품 감량은 완전히 다른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상징적인 시작점이라 생각합니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Q4.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A4. 국제사회에서는 기후변화 협약에 있어서 전 세계의 동참 노력이 필요함을 일찍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높은 경제력과 많은 인구를 거느린 나라라도 기후변화 대응에 불참과 방해를 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기후변화에 있어서만큼은 모든 국가가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며 우리나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Epilogue
이렇듯 기후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두와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우리가 지구에 준 만큼 돌려받는다면, 우리는 지구와 좋은 것만 주고받아야 하지 않을까. 인류를 빠르게 발전시켜준 화석연료는 결국 온난화로 돌아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인간의 사소한 이기심이 지구를 아프게 만들었기에 이제 우리의 사소한 실천이 지구를 다시 회복할 차례이다. 이미 늦은 일이라고 비관하기보다 지구촌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작은 일부터 하나씩 행동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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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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