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들려오는 혁명의 소리
미얀마에서 들려오는 혁명의 소리
  • 취재팀
  • 승인 2021.09.07 16:43
  • 호수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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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언제나 봄을 기다린다
사진 출처: 뉴시스

Prologue
미얀마 정권을 장악한 군부 통치자 ‘민 아웅 흘라잉’의 장기집권 이래로, 지난 2월 미얀마 3차 민주화 운동이 발생한 지 200여 일이 지났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사망자 1천38명이 발생, 7천600여 명 이상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여전히 길거리로 나서고, 군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들의 봄은 언제쯤 올까.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을 알아보기 위해 심층적으로 다가서고자 한다.

 

얽히고설킨 미얀마 민주화의 역사 


본래 미얀마는 130개 이상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이다. 하지만 영국 식민통치를 받으면서 피지배층 내부의 갈등과 분할 통치방식으로 인해 민족 간 내전이 잦아졌다. 이에 국민은 국가 질서를 정립할 지도자를 원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1948년에 독립한 미얀마는 종교, 이념, 종족의 갈등으로 무질서 상황이 도래했고 정치적·경제적 혼란을 겪었다.


이 때문에 1962년 발생한 ‘네 윈’ 장군의 군부 쿠데타는 미얀마의 첫 번째 군부 쿠데타로 국가 질서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국민적 호응을 얻었다. 자국을 식민지로 삼았던 영국 자본주의 정책에 적의를 가진 정부는 폐쇄적 정책을 집권 방침으로 하는 ‘버마식 사회주의’를 실행했고, 권위주의적인 중앙집권화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는 곧 미얀마의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기에 불만을 가진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미얀마 국민은 이전 정책에 회의감을 가짐과 동시에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를 걸었다. 이 결과 1988년 대학생을 중심으로 군부 독재에 반한 ‘8888항쟁’이 이어졌다. 군부의 탄압이 있었지만 결국 네 윈 정부가 물러나는 결과를 낳았으며, 동시에 NLD(민족주의 민족연맹)가 창당됐다. 더욱이 1990년에 도입된 직접선거에서 민정을 이끄는  NLD가 승리를 거두며 민주주의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군부는 20년 이상 이어져 온 군사정권 행태를 놓으려 하지 않았고, 선거를 무효화해 정권 이양을 거부한 채 독재를 유지해나갔다.


그렇게 군사정권이 지속되던 와중 2015년, NLD 정당을 이끄는 ‘아웅산 수치’가 국가 고문으로 올라서며 미얀마의 민주화를 한 층 이끌었다. 이후 민주 정치 활동을 이어갔지만, 군부는 여전히 본인들의 기득권 유지를 원했다. 이에 군부는 작년 11월 실시한 총선거에 부정선거 의혹을 던져 아웅산 수치를 포함한 고위 정부 인사들을 구금했고 지난 2월 1일 계엄령을 선포한 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리고 현재, 미얀마의 봄을 찾기 위한 바람이 다시 일었다. 군사 정권에 항의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지난 2월 6일부터 미얀마 전역으로 확산했다. 오랜 군정권의 독재와 부정에 지친 시민들은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미얀마인 A 씨는 이번 항쟁을 통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며 민주화 운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WeNeedDemocracy,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미얀마 시민들은 SNS를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며, 비폭력 시위를 이어갔다. 부활절에는 “봄 혁명”이라 적힌 달걀을 들고 군사정부에 항거하는 메시지를 전하는가 하면, 냄비와 북을 두드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는 ‘소음 시위’, “민주주의를 원한다” 같은 문구가 적힌 팻말을 거리에 가득 세워두는 ‘무인 시위’와 ‘풍선 시위’, ‘잠수 시위’ 등 다양한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군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비폭력 시위에도 무력 진압에 나서 잔혹한 살상을 저질렀다. 무차별한 희생을 두고 볼 수만 없었던 시민들은 비폭력에서 무장 저항으로 시위 방식을 전환했다. 


이번 시위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주도층이 ‘Z세대’라는 점이다. 미얀마 수도 양곤의 양곤국립대와 다곤대에서는 각 교내에서 200여 명이 모여 시민 불복종 운동에 힘을 보탰다. 또한 청년들은 유엔 사무소와 각국 대사관 앞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지친 시위 분위기에 힘을 불어넣었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글자와 벽화를 도시 곳곳에 새기며 불복종 시위에 나섰다. 이에 군부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강제로 통제하며 대학가의 저항운동이 퍼지는 것 역시 진압에 나섰다.


연세대 이상국(문화인류) 교수는 “Z세대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 정보화와 세계화에 노출된 세대”라며 “이들의 민주주의 연대 경험이 장차 미얀마를 진정 민주화하는 데에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단국인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본지에서 실시한 ‘미얀마 군부 쿠데타 재학생 인식 설문 조사'에서는 이에 대한 재학생들의 관심을 확인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91.2%가 미얀마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그중 8.7%는 쿠데타의 목적, 현재 상황까지 자세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민규(법학·4) 씨는 “미얀마 국민의 항의 시위가 단순히 군부 쿠데타 항의를 넘어 자체적으로 임시정부 및 반군을 조직하는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민중의 숭고한 저항권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반군 조직에 합류한 소수민족 무장 단체들이 이후 이권 다툼에 휘말려 진정한 민주화 운동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미얀마 군부의 진압 방식이 비민주적이고 잔인하며 과거 우리나라 70~80년대를 보는듯한 느낌이 든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미얀마 광주연대 이기봉(56) 집행위원장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관한 우리나라 청년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관심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중심이 Z세대이듯, 우리나라 청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도움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며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대한 한국 청년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5·18 민주화 운동과 닮은 미얀마의 현 상황
우리가 특히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현재 미얀마의 상황이 과거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9.3%가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이 5·18 민주화 운동과 연관성이 있다고 답했다. 부산외대 김성원(미얀마) 교수는 “과잉진압 희생자가 발생해 시위가 항쟁으로 변모한 점과 군부의 정치 개입에 반대한다는 점을 비롯해 무기를 통한 진압양상이 공통적”이라며 두 사건의 연관성에 관해 설명했다.


서정하(자유교양대학) 교수는 “민주주의는 권력자가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전쟁 또는 무력도발을 쉽게 감행할 수 없게 하는 만큼 전쟁 방지와 평화 증진에 크게 이바지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가 국제관계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현재 국제 사회에서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민주화 운동을 돕는 데에는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 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미얀마의 봄을 부르는 목소리
행동하는 미얀마 청년 연합 소속 유운(21) 씨에 따르면 현재 미얀마 군부는 언론을 장악해 사망한 시위대의 인원수를 조작해서 보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시위대와 그의 부모에게 겁을 주기 위해 군부의 진압으로 인한 부상자를 의도적으로 화면에 노출한다. 이에 맞서 미얀마 청년들은 외신 기자의 보도를 번역해 자체적인 뉴스를 제작하고 SNS로 공유한다. 오프라인 시위는 대부분 10분 내외의 게릴라 방식으로 전환됐으며 전단이나 SNS 게시물이 아닌 불특정한 소리를 집합 신호로 한다. 


현지에서 직접 시위에 참여하지 못하는 한국 거주 미얀마 청년들은 국내에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위한 모임을 조직하고 온·오프라인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재한 미얀마 학생 연합회 회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A 씨는 “지난달부터 줌 플랫폼을 이용한 시위를 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미얀마 군부의 독재와 비인도적인 탄압에 대해 발언하고 기록을 남겨 공유하는 방식으로 현 상황을 한국과 세계에 알리고 있음을 전했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것은 미얀마 국민뿐만이 아니다. 유엔은 지난 6월 18일(현지 시각) 열린 총회에서 미얀마 군부 폭력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얀마 내 평화 시위대와 시민사회를 탄압하는 것에 대한 규탄, 강제로 구금된 사람들을 즉시 석방할 것, 표현의 자유 제한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이번 결의안은 도의적인 효력에 불과하지만 미얀마 군부의 폭력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비판의 뜻을 확인할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Epilogue
지금 이시간에도 미얀마에서는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아픈 역사가 쓰이고 있다. 그러나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의 핏빛 과거가 민주주의의 훈장이 된 우리나라가 있다. 군부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세 손가락을 치켜드는 미얀마의 오늘이 미래 세대가 누릴 민주주의의 초석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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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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