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를 살리는 10점짜리 정답
​​​​​​​두꺼비를 살리는 10점짜리 정답
  • 변영호 교사
  • 승인 2021.11.09 13:04
  • 호수 14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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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꺼비

산을 오르는데 발아래 ‘바스락 툭툭’ 소리가 나 산개구리인가 하고 허리를 숙여 보니 올해 태어난 두꺼비다. 엄지손가락 한 마디 크기인데 열심히 먹었는지 엄지손가락 반만큼 배가 나와 약간 바람 빠진 공 같다. 배를 흔들며 바쁘게 낙엽과 잔가지를 밟고 산을 오른다. 첫 겨울잠 자리를 준비하는 바쁘고 분주한 맘이 처음 소풍 가는 1학년 학생 같다.

 

봄비는 1월부터 언 땅속을 타고 내리며 겨울잠에 든 두꺼비와 산개구리를 깨운다. 봄비가 땅을 타고 흘러야 겨울잠에서 깬 두꺼비와 산개구리들이 알을 낳으러 웅덩이나 저수지로 이동한다. 오늘 산을 오르는 두꺼비는 떨기나무와 풀밭을 오가며 삼사 년 정도 성장한 후 저수지로 내려와 짝을 찾는다.

 

두꺼비가 오매불망 기다리는 봄은 그들에게 위험한 시간이다. 겨울잠에서 깬 두꺼비와 산개구리들이 알을 낳으러 웅덩이나 저수지로 이동하다 로드킬을 당한다. 양서류 로드킬에 관심을 갖고 하나둘 원인을 찾아보니 많은 문제가 얽혀있다. 객관식처럼 완벽한 정답은 두꺼비와 개구리, 사람 모두가 안전하게 다니는 길이지만 실천이 어렵다.

▲ 경남환경교육원이 창원시에 게시한 양서류 로드킬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 경남환경교육원이 창원시에 게시한 양서류 로드킬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양서류 로드킬 문제의 해결은 사람들이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양서류 로드킬을 세상에 알리기’ 활동을 6년째 진행 중인 양서류 로드킬 현수막 퍼포먼스는 차가 많은 길목의 공공현수막 대나 양서류 로드킬이 빈번한 곳에 현수막을 게시하는 운동이다. 매년 경남초 학생들이 문구를 만들고, 생태 화가가 밑그림을 그린다. 처음 30여 단체에서 시작해 지금은 210여 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첫 시작은 냉담했다. “도로에 현수막 건다고 개구리를 살릴 수 있어요?”, “현수막 건다고 누가 봐요?”, “도로에 차가 다니는 한 불가피한 문제죠” 같은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모두 100점짜리 질문이고 100점짜리 답을 요구했다. 현수막은 로드킬 당하는 개구리와 두꺼비를 살릴 수 없다. 그래도 누군가는 현수막을 통해 양서류 로드킬 문제를 알고 주위를 살피며 운전한다. 최소한 10점짜리 정답은 된다.

 

부재중 전화가 3통이나 와있어 급한 맘에 전화했다. 부산 온천천 연못 두꺼비를 지키는 부산사람개구리님이다. 부산 연제구는 내년에 두꺼비 이동을 돕는 생태 통로 예산을 편성할 계획인데 생태 통로가 있어도 다시 큰 도로를 건너야 해 두꺼비 로드킬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나는 불완전한 생태통로라도 꼭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객관식에 익숙한 세대인지 부분적으로 맞는 것에 인색하다. 객관식처럼 완벽하게 맞고 틀림이 분명한 것이 편하고 좋다. 이것이 무의식중에 습관이 됐을까, 공부도 잘하라고 하지 “조금 잘해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라고 하지 “조금 최선을 다해라”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조금 공부하고 조금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 작은 정답 맞히기가 완벽한 정답의 시작점이다.

 

작은 생태통로로 온천천 두꺼비가 사람들과 자전거로부터 조금은 안전해지겠지만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큰 도로를 건너는 안전한 생태 통로도 만들고 건너편 공간의 숲도 복원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100점짜리 답이다. 연못과 땅을 오른 두꺼비가 도로 가장자리까지 가도록 돕는 생태통로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이마저 포기하면 진짜 0점이 된다.

 

현실은 다양한 부분 점수가 있는 주관식이다. 생태 운동과 보전은 10점짜리를 쌓고 쌓아서 100점을 만드는 과정이다. 내년 온천천 연못 생태통로는 우리 시대가 만든 10점짜리 정답이겠지만 10점 없는 100점은 없다. 부분 변화가 전체 변화다.

변영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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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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