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 취재팀
  • 승인 2021.11.09 13:31
  • 호수 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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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서울공화국의 현주소

 

Prologue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을 잘 알 것이다. 망아지는 말의 고장인 제주도에서 길러야 하고, 사람은 어릴 때부터 서울로 보내 공부를 하게 해야 잘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의 서울과 지방간의 양극화 현상을 나타내는 좋은 비유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매우 강한 중앙집권형 정치를 해왔다. 이에 중앙정부가 있는 수도가 자연스레 정치·경제·문화 중심지 역할까지 맡게 됐다. 이렇게 대부분 역량이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서울공화국’이라고 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사이에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 본지는 서울공화국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모든 길은 서울로만 통하나 
‘서울 강남역으로부터 몇 분’이라는 문구는 부동산 매매 광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친숙한 문구다. 하지만 많은 교통로가 수도권을 겨누는 와중 비수도권의 교통로 개발은 더뎠다. 수도권은 13개의 광역철도를 운영·추진 중이나, 비수도권의 경우 광역시조차 광역철도망 자체가 미비한 상태다. 이러한 현실은 수도권과 비교해 비수도권 지역의 단일 경제·생활권 형성에 제약이 주어지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상남도 창원시는 인구 103만 명으로,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부여되는 ‘특례시’에 지정될 정도로 규모 있는 도시다. 그러나 현재 특례시 명칭이 부여될 예정인 경기도 수원·용인·고양시와 다르게 창원시 내의 전철은 운영계획조차 실현되지 않는 상황이다.


비단 교통로뿐 아니라 의료 시스템 역시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병하며 가장 눈에 띈 지역 편차는 단연코 의료 인프라일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한 「지역별의료이용통계」에 따르면 무균 치료 병상은 서울의 경우 193개, 경기도는 34개를 구비하고 있지만, 비수도권 지역들은 20개 미만이거나 겨우 10개를 웃도는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안성시의 한 의료원 관계자는 “지방의 인구수 대비 치료 시설과 전문 의료인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교육·문화 제반 여건 향상과 함께 공공 의료인을 양산해 지역 근무 의무 할당제를 실행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좁아지는 지방 대학의 입지 
최근 저출산과 맞물려 꾸준히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정원 미달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전체 대학 충원율은 91.4%로 미달 인원은 4만586명이다. 이 중 비수도권 대학의 미달 인원이 3만458명으로 약 75%를 차지하고 있어 지방 대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지방 대학은 앞으로 가속화될 인구절벽에 대비해 신입생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국립대학의 경우 소재지의 거점국립대학을 중심으로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경남과학기술대가 경상대와 통합해 올해부터 경상국립대로 출범했으며 강원대와 강릉원주대가 통폐합을 논의 중이다. 또한 안동대가 국립안동대로 교명 변경을 추진하는 등 국립대학이라는 이점을 내세워 신입생을 유치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충원율은 갈수록 낮아지면서,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함을 보여줬다. 


특히 사립대학은 등록금이 학교를 운영하는데 큰 비중을 자치하기에 충원율이 더욱 중요한데, 정부는 학령인구감소 추세에 맞게 대학 정원 감축을 요구할 뿐이었다. 이는 지방 대학의 재정위기를 불러일으켜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일방적으로 폐과 절차를 밟으며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켰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송하림(21) 씨는 “자교와 수도권 대학과의 역량 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 다고 생각하지만 단지 지방에 소재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때가 있다”며 사람들이 지방이라는 단어에만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절대적으로 수도권 대학보다 대외활동의 기회가 적어 스펙 경쟁에서 불리하다며 지방 대학생의 고충을 말했다.

 

 꿈의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한민국 청년의 약 54.8%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이는 2000년 48.5%에서 약 6% 증가한 수치다. 수도권에 많은 인구가 몰리는 현상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청년층이 수도권에 몰리는 이유에는 특히 일자리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주요 기업의 80%와 전국 서비스업 사업체의 50%가 수도권에 몰려있으며 지방의 일자리는 대부분 생산 또는 제조 공장 위주다. 최근 주목받는 4차산업혁명 관련 산업 역시 55.2%가 서울과 경기에 위치한다. 취업뿐만 아니라 창업 역시 수도권이 유리하다. 기업 설립, 인력 확보, 투자 유치 등 창업에 유리한 환경이 지나치게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지방 지역에서 구직활동을 할 때 수도권보다 채용 설명회, 대외활동, 스터디 모임 등 취업 및 채용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에 상명대 김영준(경제금융) 교수는 인프라를 제공할 양질의 기업들이 수도권에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수도권 소재 기업들이 지방에서 채용 설명회를 활성화하면 지방 인재들이 더욱 수도권으로 오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지방의 우수 기업들이 수도권에서 채용 설명회를 많이 개최해 수도권 지역 인재를 지방으로 데려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집값 폭등의 후유증 
수도권 밀집 현상으로 인해 부동산 자산 격차도 심각해지고 있다. 수도권의 아파트 평균 1평당 가격은 2017년 1월 1천532만 원에서 지난 8월 2천980만 원으로 51%가량 증가했다. 반면 비수도권 8개 도의 아파트 평당 가격은 2017년 1월 679만 원에서 지난 8월 866만 원으로 28%가량 상승했다. 부동산 자산 격차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자산 양극화 문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수도권의 급격한 부동산 가격 증가 추세로 인해 투기가 성행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해 대출 규제 등으로 이를 억제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상승하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정책의 실효성에 관해 많은 논란을 동반했다. 실질적으로 주택이 필요한 인원들이 거주 공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다주택자들이 가진 주택이 매물로 나올 수 있도록 양도소득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 가격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김현수(도시계획부동산) 교수는 이전과 다른 지역균형발전대책이 요구된다며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성장산업이 대도시의 도심으로 집중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광역시의 도심에 ‘판교 만들기’와 같은 사업을 집중해 지방 청년들이 지방 대도시에 살고, 일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새로운 지역균형발전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pilogue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역 양극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 이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국가에서는 지역 개발 정책을 실시해오고 있다. 현 정부도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 정책 추진의 한계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균형 국토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양극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지금,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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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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