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대학가 학생자치기구 공석
계속되는 대학가 학생자치기구 공석
  • 박아영·윤성원·정서현 기자
  • 승인 2022.03.15 18:01
  • 호수 14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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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만약
총학생회가 없어진다면?
일러스트 가애리 기자
일러스트 가애리 기자

Prologue 

본지 1483호에서 죽전캠퍼스 총학생회 선거 무산을 다룬 바 있다. 단독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가 입후보 등록과정에서 정족수 500명을 충족하지 못해 선거가 무산됐으며, 현재 그 공석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대신하고 있다. 20세기 중후반까지만 해도 총학생회는 지금의 위상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고, 학생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는 ‘욕만 먹는 자리’로 인식돼, 출마하려는 학생도 찾기 힘들다. 어쩌다 이런 결과를 낳게 된 것일까. 그리고 총학생회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본지는 총학생회 부재 원인과 그 필요성에 대해 알아봤다.

 

위기에 처한 그들 
죽전캠의 총학생회 부재는 비단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주요 대학 중 상당수가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대, 서울대, 세종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은 차기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해 비대위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는 5차까지 이어진 연장투표에도 불구하고 유효투표율 50%를 넘지 못해 또다시 무산됐다. 정기선거 기준 3번, 재선거를 합하면 5번 연속으로 선거가 무산된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이라 불리는 서울대 학생들은 재선거 전까지 총학생회 없는 대학 생활을 하게 됐다.


부산대도 1968년 총학생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출마 후보가 없어 비대위 체제로 학생자치기구를 운영 중이다. 또한 부산교육대는 2019년부터 4년 동안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했다. 임시 자리여야 할 비대위가 상설 학생 대표 조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선거 입후보자가 많아 치열한 경선을 펼쳤지만, 지금은 그러한 모습을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일러스트 가애리 기자
일러스트 가애리 기자

 

공중에 뜬 학생자치 
본지에서 실시한 ‘총학생회 부재에 대한 재학생 인식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2.4%가 총학생회 부재의 이유로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뽑았으며, 그 뒤로 69%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캠퍼스 체제’를 택했다. 원격 강의 장기화와 총학생회 논란과 같은 요인으로 인해 총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주예(경영·2) 씨는 “옆에서 독려해주지 않으면 투표를 참여하지 않으려는 유권자가 많아 학생회 공석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비대면 상황으로 인해 총학생회가 하는 일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게 돼 총학생회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 하락’ 요인 또한 총학생회 공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오여진(전자전기공·2) 씨는 “과거 총학생회 활동을 보면 소통이 부족한 모습이 다수 있었고, 사업을 끝까지 이행하지 않고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조학윤(해병대군사·4) 씨는 “다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총학생회가 과연 학생들을 얼마나 대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 외의 요인으로는 개인주의 심화, 취업난, 우리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내 여론 등이 있었다.


다수의 언론은 사회적 측면에서 학생들이 취업난으로 인해 스펙과 학점 걱정이 커지며 총학생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중앙일보의 2018년 기사에 따르면 대학 사회에서 개인주의·실용주의 가치관이 강해져 총학생회 공석이 생긴다며 그 이유를 분석했다. 해당 기사 중 고려대 이명진(사회) 교수에 따르면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요즘 학생들은 학점이나 스펙 관리 같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부담스러운 그 자리 누가 해? 
총학생회에 출마하려는 이가 없어 선거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 점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본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총학생회의 이미지는 ‘업무는 많으나 욕을 먹기 쉬운 자리’, ‘책임져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자리’로 인식되고 있었다. 남궁본(스페인중남미·3) 씨는 “잘해도 칭찬받기 어렵고, 못하면 비난받는 여론이 강하다”며 “무조건적인 비난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숙명여대 신희선(기초교양) 교수의 2020년 교수신문 인터뷰에 의하면, 후보 미등록으로 인해 총학생회 구성이 좌절됐다는 것은 곧 학생 자치의 위기이자 대학 공동체의 위기다. 신 교수는 “학생 대표가 없는 상황을 보면 대학이 본연의 역할을 못하는지 돌아보게 된다”며 비대면 상황일지라도 학생들이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들이 소속감을 느껴 주체적으로 대학 생활에 참여하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왜 존재하는가 
그럼 학생들이 생각하는 총학생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본지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본 결과 총학생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학생은 91.4%,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학생은 8.6%로 전자의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총학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는 ‘우리의 대변인이 필요하다’, ‘학교와 학생 사이의 합의점을 찾아주는 일은 총학생회만이 할 수 있다’가 있었다. 정연재(경영·2) 씨는 “총학생회가 없다고 해도 큰일은 없겠지만 즐거운 일도 없을 것”이라며 총학생회가 필요하고, 총학생회 부재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합적으로 학생의 대변인이자 권익을 챙겨줄 자치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총학생회는 그 존재 자체로 논란의 중심이며 장학금을 받아 가는 만큼의 업무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입장과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고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돌아오는지 체감하지 못했다”며 총학생회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학생도 있었다.


총학생회는 학교와 학생의 중간자 역할을 수행한다. 학생 개인이 학교에 요구하기 어려운 사항이나 많은 학생의 공통적인 애로 사항을 수합해 직접 학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기구이다. 그 예시로 직전 죽전캠 53대 총학생회는 굿즈 사업, 온라인 강의 정원 확대, 학내 순환 버스 무료화 방안을 진행했으며, 천안캠 37대 총학생회는 학생회관 야외 테라스 시설 개선 및 보수, 굿즈 사업 활성화로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켰다. 이 밖에도 천안캠 33대 총학생회는 학내외 음영지역 가로등 설치로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했고, 죽전캠 50대 총학생회는 교육제도 개편을 통해 재수강 최대 학점 제한을 A로 상향했다.

 

총학생회가 없을 시 생기는 일 
총학생회 자리가 공석일 시 비대위가 소집된다. 이들은 총학생회를 대신한 학생 대표로서 ▲등록금심의위원회 위원 선출 ▲대학평의원회 참석 ▲학사구조 개편 공청회 참석 ▲도서관 방역패스 해제 ▲수업 운영 방식 공지 ▲신입생 콘텐츠 제작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 총학생회가 없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대위는 단과대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총학생운영위원회 위원들로 구성된다. 이들의 주 업무는 단과대를 책임지는 것이기에 총학생회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죽전캠 이정수(정치외교·18) 비상대책위원회장(이하 비대위장)은 “총학생회 공석으로 인해 학생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대위장을 승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으로서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1만2천 명의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학우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서도 항상 귀를 기울이고 노력해야 한다”며 단과대 업무와 비대위를 병행하는 것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9개 부서와 20여 명의 인원(직전 죽전 총학생회 기준)으로 구성되는 총학생회와 달리 비대위는 비교적 소수로 운영된다. 부여되는 예산도 적어 복지사업이나 물품 대여 사업의 정상적인 운영을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야식 행사와 같은 학생 이벤트에 필요한 예산을 사용할 수 없고 학생복지를 전담하는 복지위원회 역시 따로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는 학생들이 기본적인 학교 복지를 누리지 못하게 되는 불편함으로 이어진다.

 

그들이 필요한 이유
비대위는 선출직이 아니라 호선직이다. 그렇기에 공식적인 선거를 거쳐 선출된 총학생회와 동등한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학교에 비대위가 학생 대표로서 낼 수 있는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다. 2020년 연합뉴스 기사의 고려대 김윤태(사회) 교수에 의하면 “학생들은 학생 자치를 통해 민주 시민으로서 스스로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대학이나 사회도 이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 등을 제공해 청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위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 비대위장은 “학생자치기구 임원들 모두 똑같은 학생들이기에 실수했고 학우들의 요구에 충족되지 못한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고 고백하며 학생들에게 지켜봐 달라 부탁했다. 이어 “잘못된 점은 개선하고 미흡한 점은 보충하며 학우들을 위해서 활동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럼에도 비대위는 비대위에 불과하다. 학생들의 편의와 많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결국 총학생회가 필요하다. 총학생회는 학생 대표로서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일한다. 즉 총학생회는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Epilogue

보거상의(輔車相依), 수레의 덧방나무와 바퀴가 서로 의지한다는 뜻으로, 서로 이해가 미치는 것이 긴밀한 관계를 말한다. 수레바퀴가 제 역할 하지 않으면 덧방나무도 쓸모가 없게 된다. 이는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학생과 학생자치기구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 학교는 죽전캠 총학생회를 포함해 일부 과·단과대 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 자리가 공석이다. 그들이 있어야 우리의 더 나은 권리 및 복지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재학생들이 이번 재선거에서 행사한 소중한 한 표가 많은 성과로 이어지는 학생 자치의 선순환이 이뤄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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