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는 죄가 없다
탄소는 죄가 없다
  • 윤상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22.03.22 16:27
  • 호수 14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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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교육의 위기
▲  지구의 안녕을 위해 공동의 미래를 만드는 노력이 시작됐다. 
▲  지구의 안녕을 위해 공동의 미래를 만드는 노력이 시작됐다. 

 

2020년 ‘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2030년의 세계가 마주하게 될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의 손실(67%), 폭력과 갈등(44%), 차별과 불평등(43%), 식량과 물, 주택 부족(42%) 등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됐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 및 과학 분야의 국제협력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 회복,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도출됐다. 지금 우리는 공동체의 붕괴, 양극화의 심화,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듯하다. 슬라보예 지젝이 정확히 지적했듯이 코로나19 팬데믹은 시간이 갈수록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가’를 둘러싼 전 지구적 전망을 충돌시킨다. 


이러한 와중에 UNESCO는 작년 11월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놀랍게도 이 보고서는 현세대가 교육을 통해 평화롭고 공정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실현하지 못했으며 학습의 이유, 방식, 내용 등을 다시 규정해야 하는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선언한다. 교육에 대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는 거다. 새로운 사회계약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의 방식은 협력과 공동 작업, 연대의 원칙을 기반으로 조직돼야 한다. 둘째, 교육과정은 생태적·다문화적·학제적 학습에 중점을 둬야 한다. 셋째, 교수 행위는 교사들이 지식 생산자이자 교육 및 사회 변혁의 핵심 주체로 참여하는 공동의 노력이 돼야 한다. 넷째, 학교는 포용과 공정, 개인 및 집단의 안녕(Well-being)을 지원하는 교육 장소로서 보호돼야 한다. 또한 학교라는 공간을 정의롭고 공정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실험실로 탈바꿈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은 인류의 공유재로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전 생애에 걸쳐, 다양한 사회·문화적 공간에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즉 모든 학습자는 성별, 국적, 피부색, 장애의 여부, 가정의 경제력과 사회적 배경에 상관없이 동등한 발달 기회를 통해 공정한 삶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관점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드러난다. 「OECD 교육 2030: 미래교육과 역량」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의 역할은 모든 학습자가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하고,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개인과 공동체, 지구의 안녕에 기초한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 내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어떠한가?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이바지하고 있는가?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교육이념과 교육 현실 사이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의 주요 대학에 입학하려는 경쟁과 서울의 주요 지역에 입주하려는 경쟁은 묘하게 닮았다. 점점 희소해지고 있는 기회, 그리고 이를 붙잡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이 소모되는 사회, 소수의 승자를 위해 다수를 패자로 만드는 거대한 낭비의 체제. 이를 피부로 느껴서일까, 한국의 청소년들은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경교육이 아니라 교육시스템의 생태적 전환이라고 말한다. 기후 위기는 교육의 위기이자 사회의 위기이고 결국 문명의 위기다. 여기저기서 ‘탄소 중립’을 외치지만 탄소는 죄가 없다. 변해야 할 것은 기후가 아니라 바로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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