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늘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다고 말한다. 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부터 자연스럽게 술을 빚었다. 그렇다면, 농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어떤 술이 있었을까? 서양의 역사에서는 이를 꿀술로 보고 있다. 미드(Mead)라고 불리는 꿀 와인이며, 그들은 이를 인류 최초의 술이라고도 이야기한다. 구석기와 신석기를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수렵에서 농업으로 바뀌는 부분인데, 구석기 시절부터 꿀술이 있었다는 것이다. 진정한 자연 상태의 술이다.
꿀술이 되는 과정은 간단하다. 곰들이 벌꿀을 섭취하기 위해 벌집을 파헤치고, 벌집에 남아있던 꿀에 빗물이 섞이며 발효가 일어난 것이다. 꿀이 꿀술이 되기 위해서는 빗물과 꿀이 섞이는 것이 무척 중요한데, 꿀의 너무 당도가 높아서 발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당도가 35 브릭스 이상이면 발효가 어려운데, 꿀은 60 브릭스 이상이다.
꿀 밀(蜜)이라는 한자를 봐도 얼마나 꿀이 얼마나 당도가 높은지 알 수 있다. 꿀의 한자어는 빽빽한 밀(密)에 벌레 훼(). 벌들이 만든 빽빽한 것이라는 의미다. 너무 빽빽해서 균들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꿀은 유통기한이 없다. 부패와 발효가 되지 않아 인삼이나 허브를 넣어도 상할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빗물로 인해 당도가 낮아진 꿀은 발효되기 좋은 꿀물 형태가 되고, 잘 발효된 꿀술을 수렵인이 발견해서 마셨다는 것이 벌꿀 술의 유래다.
유럽의 후기 신석기시대라고 불리는 종 비커 문화 유적에서는 꿀술을 마신 것으로 보이는 비커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 영국의 원주민 격인 켈트인은 꿀술은 불멸의 음료라고 불렸으며, 장례식에 시신을 꿀술에 봉인해서 묻기도 했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시인에게 멋진 시의 재능을 전수하는 불가사의의 `시의 꿀술'이 등장한다. 현자의 신라고 불린 크바시르가 죽임을 당하고 그의 피에 꿀을 넣어 술로 만든 것. 오딘이 책략을 써서 이 술을 가져오고 시인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또 신혼여행을 뜻하는 허니문이 이 꿀술에서 왔다는 것도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고대부터 중세의 유럽에 있어서는 신혼부부에게 밖으로 외출하지 말고 한 달간 꿀술을 마시게 해서 다산으로 이어지게 했다. 이러한 의미로 밀봉의 한 달이라는 이름의 허니문이 탄생했다. 또 아들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도 많이 마시기도 했다. 달이 독일어로 남성 명사인 것을 보면 이러한 유래를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허니문이라는 이름으로 밀월여행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꿀술은 유럽에 와인이 정착하기 전인 고대부터 중세 초기까지 슬라브인과 게르만인 사이에서 맥주와 더불어 가장 일반적인 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