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중한 일상에 뒤섞인 나의 판타지
귀중한 일상에 뒤섞인 나의 판타지
  • 강서영 기자
  • 승인 2022.11.08 14:37
  • 호수 14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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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문학 – 무라카미 하루키『일인칭 단수』

 

※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몽상가인 당신에게 소우주를 선물합니다”

 

저   자 무라카미 하루키
책이름 일인칭 단수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0. 11. 26.
페이지 p.233

 

※ 퇴계기념중앙도서관 도서 보유
※ 율곡기념도서관 도서 보유

 

우리는 경험을 언뜻 잘못된 정보로 기억하기도 한다. 『일인칭 단수』는 보편적인 일상에서 ‘나’가 겪은 몽환적이고, 난해한 8가지의 경험을 제시한다.


‘일인칭 단수’는 일상에서 흔히 문법적 용어로 사용되는 단어다. 뜻 그대로 책의 시점은 일인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소설의 주인공은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다. 보편적인 에피소드가 도입부로 제시됐음에도 이 책이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분간이 모호해지는 시점이 찾아온다.


8개의 소주제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된다. 소설 속 작가는 레코드를 좋아해 과거 대학 문예지에 음반 평론을 남겼다. 혹은 8살에 피아노 학원에서 만난 여자애의 피아노 연주회에 초대되는 것과 같은 그저 평범한 일상을 그려내기도 했다.

 

“믿는 게 좋다. 어쨌거나 실제로 일어난 일이니까.” p.71

 

단순히 주인공의 일상만이 담겨있었다면 지루해서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야기는 어디로 전개될지 모르는 물음표의 연속과도 같다. 지극히도 평범한 ‘나’의 일상에 인간의 말을 하는 동물이 나오는가 하면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를 인물이 등장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모두 작가가 일상에서 겪었던 사실에 비현실적 경험이 합쳐진 이야기들이다.


한창 도서를 몰입해서 읽던 기자가 마지막 장을 읽을 당시 느꼈던 공허함을 잊을 수 없다. 모든 에피소드의 종착점은 늘 완전한 결말이 없다.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처럼 명확한 결말을 알고 싶은 이들에겐 고문처럼 읽힐 것이다. 알 수 없는 허전함에 뒷장이 더 없는지 찾던 기자는 순간 작가와 물아일체 되는 감정을 받았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작가와 같은 일인칭 시점이기에 이야기의 결말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직 작가의 시점과 기억에 의존한 경험만을 제시했기에, 독자에게도 타인의 정황과 뒷이야기는 수수께끼다.


작가는 이를 “사사로운 내 인생에서 일어난 한 쌍의 작은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그에게 이 기억들은 남은 날의 영원한 자산이 됐다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이 사건들은 작가의 남은 인생에 살아갈 실마리를 덧대어 줬다. 그렇기에 기자는 아이러니한 결말에 수긍할 수 있었다. 흘러가는 인생에서 한 번쯤 꺼낼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톱니바퀴 같은 지긋한 일상이 반복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새로움일 것이다. 기이한 사실에 의구심을 던져도 판타지의 경위는 알 수 없다. 고로 과거를 다시 열어봐도 의미는 없다. 이건 그저 하나의 일상이었을 뿐이고, 우리는 그저 맞이할 앞날을 준비하면 된다.

강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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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stzero@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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