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농도, 해수 온도, 해양 산성화, 평균 해수면 등 4개 지표가 모두 악화되는 방향으로 기존 기록을 경신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413ppm으로 산업화 이전의 약 1.5배를 기록했으며, 평균 해수면도 2013년부터 작년까지 한 해 평균 4.5mm 상승했는데 이는 1993년부터 2002년의 상승 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빠른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이 보고에 대해 “기후 붕괴에 대처하지 못한 인류의 음울한 이야기”라고 논평했다.
‘평화의 도시’라는 별칭을 가진 이집트 샤름엘세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는 이러한 절박함 속에서 출발했다. COP27는 COP26에서 이뤄진 이른바 ‘글래스고 기후합의’의 실질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즉 탄소 배출 감축 이행을 위해 새롭게 신설되는 회의체인 ‘감축 작업 프로그램(MWP)’의 구체적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기술적·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한 의제였다.
그러나 지난 17일에 발표된 합의문 초안은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 방안도,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기금 설립 방안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지 않는 것은 파국을 막기 위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파국 이후, 아니 이미 고통을 겪고 있는 저위도·저지대·저개발 국가들을 모른 체하겠다는 뜻이다. 평화의 도시를 모욕하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어른, 부모, 교사는 당혹스럽기만 하다. 우리는 도대체 아이들에게, 자녀들에게,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지금의 기성세대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국제사회가 포용과 공존의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쩌면 현대인은 경쟁에서 승리하는 법에만 몰두한 나머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기후위기 교육에 관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고백과 반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아직 인류는 생태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