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가장 억울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법적 개념 중 하나는 ‘폭행'이다. 신체에 접촉하지도 않았는데 폭행죄로 형사재판을 받게 되는 피고인들은 변호인인 필자에게 “때리지 않았는데 왜 폭행이죠?”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폭행'의 개념과 형법 제260조 제1항 폭행죄에서 의미하는 ‘폭행'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형법 제260조(폭행, 존속폭행) 제1항: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제2항: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항: 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보통은 ‘때리는 것’이 ‘폭행’이라고 생각한다.
‘때린다'는 것은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상대방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은 경우에는 폭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형법 제260조 제1항의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 행사'를 의미하고,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해자를 향해서 상추를 던졌는데 상추가 피해자에게 맞지 않았더라도 폭행죄로 처벌받는 것이다.
이는 상해죄의 보호법익이 ‘생리적 기능'이며, 상해의 의미가 ‘생리적 기능 훼손'을 의미함에 반하여, 폭행죄의 보호법익은 ‘신체의 완전성‘이며,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인 ‘건재 침해'가 폭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얼굴에 침을 뱉거나, 멱살을 잡거나, 모발이나 수염을 깎는 행위는 폭행에 해당한다.
또한, 자신의 차를 가로막는 피해자를 부딪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부딪칠 듯이 차를 조금씩 전진시키는 것을 반복하는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위법한 유형력 행사이므로 폭행에 해당한다(2016도 9302).
이상과 같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폭행과 법에서 인정하는 폭행의 개념이 다르다. 그런데 폭행죄의 ‘폭행'이 잘 와닿지 않는 것도 사실인 바, 폭행인지 여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면 변호사와의 정확한 상담이 필요할 것이다.
폭행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공소기각으로 종결하게 된다(형법 제260조 제3항). 공소기각으로 종결될 경우, 범죄경력조회에 전과가 남지 않으므로, 폭행죄로 재판을 받는다면, 합의서를 제출하여 공소기각으로 종결하는 것이 유리하다.
김혜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