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서 말하는 진짜 ‘감금’
법에서 말하는 진짜 ‘감금’
  • 김혜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5.28 14:56
  • 호수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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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감금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가장 억울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법적 개념 중 하나는 ‘감금’이다. 감금죄로 재판받는 피고인들을 변론하면서 자주 들었던 말 중의 하나가 “피해자가 밖으로 나가고, 전화 통화도 했는데 이게 어떻게 감금인가요?”라는 말이다.

 

감금죄의 보호법익은 '사람의 행동의 자유'다
감금죄의 보호법익은 '사람의 행동의 자유'다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질문을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통상 생각하는 ‘감금'의 개념과 법에서 처벌하는 감금죄상 ‘감금'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했을 때 감금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한 장소에 가둬놓고 나가지 못하게 하고, 전화 통화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장소적으로 제한된 상태에서 외부와의 연락 자체를 단절시키는 정도는 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법에서 처벌하는 감금죄의 보호법익은 ‘사람의 행동의 자유’인 바, 대법원은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고, 사람의 행동의 자유의 박탈이 반드시 전면적이어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감금된 특정 구역 내부에서 일정한 생활의 자유가 허용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감금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84. 5. 15. 선고 84도 655 판결, 대법원 1998. 5. 26. 선고 98도 103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해자가 감금 기간 동안 술집에서 술도 마시고, 한증막에서 잠도 자고 오고, 지인들이나 검찰청에까지 전화도 하고, 유뷰트 방송도 하는 등 일정한 생활의 자유가 허용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감금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다.

 

필자는 피고인이 공동 감금 행위로 인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사건을 변론한 적이 있었다. 그 피고인 역시 자신의 행동이 감금임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1심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피해자를 불러 증인신문까지 했지만, 결국 실형이 선고됐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친구의 돈을 빌려 간 후 약속된 기일까지도 돈을 갚지 않자, 돈을 빌려준 친구와 함께 피해자를 여관으로 불러 “돈을 갚은 후에 돌려보내 주겠다”고 하며 피해자를 여관에 감금한 공소사실로 1심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위 피해자는 감금 기간 동안 외출을 하기도 하고, 지인들과 통화도 했으며, 피해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도 했다.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죄를 주장하면서 피해자에 대해 증인신문까지 했지만, 결국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었다. 위 피고인이 징역형을 받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법에서 판단하는 감금과 피고인이 생각하는 감금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피고인들이 무죄를 주장하는 가장 많은 이유는 피고인들이 판단하기에는 자신의 행동이 형사처벌을 받을 만한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판단의 주체는 피고인이 아니라 법리에 따라 판단하는 법원이다.

 

피고인이 판단하는 처벌받을 만한 행동과 법에서 판단하는 처벌받을 만한 행동이 다르므로, 위 차이를 미리 알고 있어야 몰라서 받는 불이익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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