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복권은 그날의 운을 점치는 일종의 놀이였다.
돼지꿈과 같은 길몽을 꾼 후에 복권을 사는 것은 재미와 약간의 기대심을 갖게 했다. 그리고 설령 당첨되지 않아도 크게 실망하는 일은 없었다. 또, 복권을 몇 만원 아니 몇십 만원 어치 사는 사람도 드물었다. 그러나 ‘로또 복권’이 생긴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자신이 번호를 결정할 수 있는 방식은,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이전의 복권보다 당첨 확률이 높다는 확신을 낳았다. 로또 열풍이후로 복권방을 지나칠 때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복권을 사는 진풍경을 보게 된다. 여타의 복권과는 달리 구매자수가 많아질수록 당첨금도 많아지는 터라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로또 복권에 빠진 사람들을 질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생역전’ 이라는 말로 407억, 193억의 거부들을 창조해낸 로또의 ‘기적’앞에 누군들 귀가 솔깃하지 않을 것인가.
은행과 언론 역시 다음은 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행심을 조장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로또의 열풍은 식을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후속 대책이 없는 한 로또는 도박일 뿐이다. 현재 이월횟수를 제한하였고, 1등 당첨금을 낮추자는 제안도 있다. 그러나 아직 방안으로 검토중일 뿐 확실한 대책은 없다. 이월횟수를 제한한다 하여도 구매자가 많으면 당첨금은 횟수와 관계없이 엄청난 금액을 만든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로또의 건전한 취지는 사라지고 한탕주의 풍조만 널리 퍼질 것이 우려된다.
원래 복권은 구매금액의 일부를 정부가 가짐으로써 사회복지시설 확충 등 사회에 이로운 방향으로 환원하자는 건전한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건전한 취지는 사라지고 ‘어쩌면 나도’ 라는 생각만 커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여타의 복권처럼 로또 역시 일상적인 생활에서 찾는 작은 재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면 근로의욕 저하나 사회적 병리를 개탄하는 목소리는 사라질 것이다. 기적의 창출과 사회적 병리라는 이중적 갈등에 빠진 국민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통해, 정당한 수입을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은경<인문학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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