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본주의(new Capitalism)의 실험은 실패했다. 미국의 유명한 시사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3월 9일「자본주의 미래」라는 시리즈를 시작하며 현대의 글로벌 경제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로널드·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영어에서 가장 두려운 아홉 단어는 “나는 정부에서 나왔고 나는 도와주려 여기에 왔다."(I'm from the government and I'm here to help.) 라는 것」이라고 농담했을 정도로 「정부는 악, 규제완화는 선」이라는 논리 하에서 지난 30년간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온 신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국 정부는 수조 달러의 자금을 쏟아 부어 은행 국유화에 나서는가 하면 새로운 금융규제의 틀을 마련하느라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위기 이후의 자본주의는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금융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자본주의를 전망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경제석학들의 발 빠른 대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인 폴 크루그먼(Paul Robin Krugman, 1953 ~ )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금의 금융위기는 시장만능주의가 부른 재앙」이라며 「앞으로는 지금보다 정부의 규제가 강화된 자본주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요컨대 자본주의 경제는 살아남지만 시장중심주의에서 정부규제가 한층 강화된 자본주의가 될 것이란 진단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규제완화와 시장중심주의를 특징으로 한 신 자본주의는 이미 「자기 몰락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금융산업의 급격한 성장 외에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균형, 과도한 가계 부채와 자산가격의 거품, 혁명적인 금융혁신 등이 바로 지금의 금융위기를 불러온 씨앗이라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30년 동안의 친시장주의 경제는 1950~1970년대 케인지언 모형(Keynesian model)에 기초한 혼합경제의 실패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것이지만, 이마저도 금융위기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을 맞아서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1930년대의 대공황이 케인즈 경제학과 같은 패러다임의 혁명적 변화를 불가피하게 요구했듯이 지금 겪고 있고 앞으로 겪게 될 2010년대의 경제침체의 늪도 누군가에 의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지난 4월에 개최되었던 런던 정상회담의 「G20」가 서있다. 서방과 소련, 미국, 영국 등 대서양 세력과 유럽세력 등 복잡한 역학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자기 개인은 물론 독일의 국익을 위해 절묘한 협상기술을 발휘하여 폐허 속에서, 패전의 독일을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앞세워 「라인 강의 기적」을 일궈 낸 아데나워(Adenauer Konrad, 1876~1967)수상, 동·서 이데올로기 대립과 영국, 프랑스의 독일에 대한 전통적인 견제, 유럽세력과 대서양 세력의 미묘한 갈등 등 복잡한 외교적 상황을 역으로 활용하여, 전범국가로서 많은 제악을 받던 독일의 주권을 단기간 내에 되찾은 명 수완가의 정치인, 유럽공동체 등을 주도함으로서 현재 유럽연합(EU)의 초석을 다졌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협상의 달인, 포용의 정치인으로서 미래의 G20을 주도할 한국의 아데나워는 한국의 정치사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전후 독일의 오늘을 있게 한 아데나워는 한마디로 경제 분야의 짱(Strong Man In Economy). 이 짱이 經世濟民의 통치력으로 이어졌을 때 그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의 어원인 이 경세제민은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고난에서 구제한다는 것이다. 정치가 때로는 우리의 지성과 감성을 흥분시키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 열악한 환경에, 삶을 의지한 가난한 민초들의 눈에 맺힌 이슬을 닦아주는 마력을 갖고 있다는 기대, 그 기대 때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