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의 또 다른 이름은 경제 전쟁이다. 글로벌 시대에는 무력 대신 경제력으로 사실상 피튀기는 전쟁이 전 지구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또한 현 경제 전쟁은 각국 지도자의 용렬함, 편협한 애국심, 인기영합주의와 맞물려 자국의 보호주의와 통상마찰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면서 세계경제는 한치 앞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란 유한한 자원을 효율적인 분야에 투입하고, 신규사업이 부단히 일어나도록 여건조성 작업이 줄기차게 진행되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만일 치열한 전투소식에도 불구하고 야전병원에 밀려오는 부상자가 적다면, 이는 헛소문이거나 후송과정에 분명이 이상이 있음을 의심하여야 한다. 이제는 음산하고 치욕의 거리로 불리는 월가의 일로 금융회사들이 줄도산하고 대형 실물기업들도 도산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세계 경제의 불황의 늪은 엄연한 실상이다.

현재 상황은 먼 나라의 전쟁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생존전쟁이다.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외환위기 이후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아픔이 있었기에, 그리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버팀목이 있었기에 한국 상품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

일본은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동차, 전자 등의 분야에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일본 열도를 강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량실업 발생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정부도 기업의 부도방지와 구조조정이라는 양날의 칼 위에 엇갈린 신호음을 보내고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F. D. Roosevelt)를 성공한 대통령의 모델로 꼽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이겨내고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등장하는 기반을 닦았다. 대법관을 지낸 올리버 홈스(O. W. Holmes)는 프랭클린을 「지성(intelligence)은 이류지만 일류의 자질(temperament)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했다. 즉 명석한 두뇌와 해박한 지식보다는 소통능력이나 리더십, 균형감각 등이 지도자의 덕목으로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1940년 12월 윈스턴 처칠(Winston L. S. Churchill) 영국 수상이 루스벨트에게 SOS를 타전했다. 「미국에서 사들인 무기로 독일 침략에 맞서 버텨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돈이 없습니다.」이에 루스벨트는 영국에 무상으로 무기를 제공하려 하였으나 의회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의회에 대한 직접 설득 대신 백악관 기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 들이는 우회 전략을 시도했다. 내용을 주입하기 보다는 단순 명쾌한 비유를 동원했던 것이다. 「이웃집에 불이 났는데 내 정원에 긴 고무호스가 있다고 칩시다. 호스를 주며 돈을 받아야겠습니까? 아니면 불부터 끄도록 해야겠습니까?」장삿속을 버리고 민주주의 병기고가 되자고 호소한 그는 어느새 여론의 지지를 등에 얻고 있었다. 버락 오바마가 새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그가 일류의 지성을 갖췄다는 점이다. 거기다 일류의 자질까지 갖췄다면 그의 성공은 예약을 해 둔 셈이 된다. 다행히도 그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적절히 활용하는 균형감각을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천하를 통일한 ‘유방’은 스스로에 대해서도 냉정하고 객관적이었다. 그는 용병술의 비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짐은 책략을 짜고 천리 밖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데는 ‘장량’에 미치지 못하고, 내정을 충실히 하며 민생을 안정시키고 군량을 조달하고 보급로를 확보하는 데는 소하에 미치지 못하오. 또 백만이나 되는 대군을 자유자재로 지휘해 승리를 거두는 일은 한신이 짐보다 뛰어나지. 하지만 짐은 그들을 잘 부리는 능력이 있소. ‘항우’에게도 범증이라는 뛰어난 모사가 있었지만 그는 범증 한 사람도 제대로 쓰지 못하지 않았소? 그것이 바로 항우가 내게 패한 이유라오.」힘들고 어려운 이때 지혜로운 지도자의 리더십은 경제난국을 타개하는 최상의 비법이며, 우리가 필요한 것은 공조의 철학이다. 산을 뽑을 만큼 힘이 세고 세상을 덮을 만큼 기개가 웅대한 장수였던 항우가 자신의 능력으로 초나라를 키운 반면 유방은 인재들의 능력을 활용해 천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