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안면도 - 주꾸미가 익어가고 조개구이, 화롯불이 타오르는 안면도
⑦ 안면도 - 주꾸미가 익어가고 조개구이, 화롯불이 타오르는 안면도
  • 박선희 수습기자
  • 승인 2009.08.02 20:18
  • 호수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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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친구가 된 우리들이 함께 한 것이 벌써 햇수로 4년째이다. 매년 음악페스티벌을 함께 했지만 막상 여행만을 위해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이 가기로 한 것은 여러 명 이었는데 이래저래 시간을 맞추다보니 오붓하게 세 명만 즉흥적으로 떠나게 되었다. 이렇듯 우리의 여행이라면 너무 거창하고 나들이 치고는 길었던 여행은 마치 록밴드나 재즈밴드가 잼 연주를 하듯 시작됐다. 장소도 정하지 않고 모인 우리는 지도를 보며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언젠가 조개구이를 먹으러 가자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렇게 해서 서해안 중 오늘 안에 돌아올 수 있는 최대반경에 위치해있는 안면도가 결정된 것이다. 요즘에 주꾸미도 한창이라는 소식은 맛을 찾는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달리는 좁은 국도 길을 따라 펼쳐진 논밭은 어느새 봄기운을 느꼈는지 얼마 전 까지도 차갑게 굳어있던 황량한 흙의 색을 지우고 엷은 갈색의 보드라운 흙으로 변해 있었다. 꽃망울을 틔우는 봄꽃의 아름다움은 이미 시작되었고 창문을 열고 봄바람을 맞으며 달리다보니 어느새 안면도 백사장 항에 도착해있었다.

사전지식 없이 떠났기 때문에 잘 아는 곳도 없었지만, 배고픔으로 지금 당장 뭘 먹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에 일단 조개구이 집을 찾아 들어갔다. 조개구이를 화로에 올려놓고 나니 더 배가 고파왔다. 참기름을 두른 주꾸미 회는 꿈틀꿈틀 움직였다. 움직이는 생물을 만지지 못하는 나인데 이렇게 음식으로 마주할 때면 입속으로 넣고 마는 것이 참 신기하다. 생명력에 넘치는 맛이라고나 할까. 고대하던 조개구이는 역시 맛이 있었고 우린 신나게 조개를 구워 먹었다. 그새 보글보글 끓은 주꾸미 샤브샤브는 먹물이 터져서 온통 검은색으로 변해버렸다. 평소엔 좀처럼 보기 힘든 검은색의 국물이 마치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양 이색적이었다. 늦게 익은 주꾸미 머릿속에는 좁쌀같이 하얀 것이 가득 들어 있었는데 너무 징그럽기도 했고 배도 불러 남겼더니 주인아주머니께서 한마디 하신다. “그걸 먹어야지. 주꾸미 알인데 요즘 그거 먹으러 다들 오는 건데….”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한겨울도 아닌데 군고구마 파는 곳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안면도에 고구마가 많이 나는 모양이다. 끝물이라 맛이 기막히진 않았지만 봄에 맛보는 군고구마도 나쁘지 않았다.

낙조로 유명한 꽃지 해수욕장의 할미 바위, 할아비 바위는 초등학교 시절 여름에 가족과 피서를 왔던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어린 시절 갯벌에서 조개도 캐고 송송 난 구멍을 추적해 작은 게를 잡던 추억이 생각이 났다. 바닷바람이 너무 세 추웠지만 오랜만에 본 바다가 좋아 폴짝폴짝 뛰면서 사진을 찍었다. 주위에는 우리처럼 놀러온 친구들, 가족, 연인들이 여럿 있었다. 따뜻한 봄볕에 비친 바다는 반짝반짝 빛이 났고 잔잔한 파도는 잘게 부서졌다. 다음차례는 돌아가는 길 휴게소에 들러 알 감자를 먹는 일이다.

낙조가 유명한 안면도에서 해 지는 것도 못 보고 돌아 온, 혹자는 속빈 강정 같은 여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함께 했다는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안면도를 배경으로 한 이 추억은 우리가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 될 것이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는 노래가사가 생각난다. 나에겐 즉흥연주 같았던 여행이 친구들에게는 어떤 추억으로 적혔는지 사뭇 궁금해진다.  
박선희 수습기자
박선희 수습기자

 hippi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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