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 바이러스와 박테리아-85
유레카! 생활 속 과학 - 바이러스와 박테리아-85
  •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09.08.02 21:43
  • 호수 12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 인플루엔자, 일명 돼지 독감(SI)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떨고 있다. SI도 다른 독감처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언제부터인가 바이러스라는 말은 의학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베토벤 바이러스 등이 그 예다. 컴퓨터 하드웨어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 베토벤의 걸작 중 하나인 비창 소나타 3악장을 컴퓨터로 편곡해 순수한 클래식을 전자음 바이러스로 감염시킨 ‘베토벤 바이러스’는 모두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의 특성을 상황에 딱 맞게 은유한 말이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와 더불어 인간에게 온갖 질병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다. 우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둘 다 아주 작지만 작은 정도에 있어 차이가 크다. 박테리아의 크기는 평균 1~2㎛(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이고, 바이러스 크기는 평균 20~30㎚(나노미터: 10억분의 1m)로 바이러스의 1/50~1/100 정도에 불과하다. 크기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특성도 상당히 다르다. 바이러스는 단백질이 유전 물질인 DNA 또는 RNA를 둘러 싼 구조를 가진 입자이고 박테리아는 염색체를 가진 세포다.

  바이러스가 동식물의 세포를 감염시킬 때 외부의 단백질 껍데기를 버리고 내부의 DNA나 RNA만 침투시켜 숙주 세포(host cell) 안에서 증식한다. 이렇게 증식된 유전 물질로 생산된 껍데기 단백질이 유전 물질과 결합해 완전한 바이러스가 되면 자신이 성장한 세포의 세포벽을 깨고 밖으로 나온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세포에 있어야만 증식할 수 있으므로 정상적인 생명체는 아니다. 반면, 박테리아는 몸이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엄연히 살아 있는 생명체로 자체 증식이 가능하다. 박테리아는 세포벽, DNA 중합 효소, 리보솜 등을 가져 독립적으로 생명 활동을 해 나갈 수 있다. 박테리아는 외부로부터 영양 물질을 흡수하거나 스스로 합성해 자신의 생장과 번식에 필요한 물질과 에너지를 만든다.

  효소나 세포벽 등 박테리아가 갖는 다양한 장치를 없애는 것이 바로 항생제다. 인간의 효소는 박테리아의 효소와 다른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인간의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박테리아 효소만을 찾아 없애는 약을 사용하면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다. 예컨대,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박테리아 세포벽의 생성을 막아 세포를 터뜨림으로써 박테리아 증식을 방해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자신의 증식을 위해 우리 몸의 세포에 있는 장치를 사용한다. 만약 박테리아에 대항하는 일반 항생제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우리 몸의 세포들도 다 죽어버릴 것이다. 항바이러스제도 많이 개발되었지만, 항생제보다 그 종류와 기전이 훨씬 적다. 이는 박테리아의 연구 역사가 바이러스의 연구 역사에 비해 짧기 때문이기도 하나, 근본적으로 바이러스 자체가 변이를 심하게 해 약제를 개발해도 유전자 구조를 변형시켜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생명체도 아닌 주제에 멀쩡한 세포에 들어가 말썽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생존 전략과 비교하니,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해 나가는 박테리아가 차라리 양심적으로 보인다. 의학의 발전 속도보다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아 큰 걱정이다.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dknew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