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한국설화문학의 탐구』
강재철(국문) 교수 著
저자는 묵묵히 30여년간 설화문학을 탐구해왔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장애가 있고, 때로는 시간이 모자라 붓을 놓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꾸준히 이 길을 개척해온 터이다.
특히 저자는 다른 학자들이 놓친 별 볼일 없는 듯이 보이는 그래서 다루지 않았던 테마를 귀하게 닦아 빛나는 진주를 만드는 재질이 있는 학자이다. 가린의 한국 자료의 수집이 그러하며 설화 속에 담긴 3의 법칙이 또한 그렇다. 오랑캐어원설화도 일반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문제이다. 속담의 근원설화도 1980년에 저자의 『한국속담의 근원설화』의 연속선상에서 감히 다른 학자가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과제였다.
그러나 강재철 교수는 1931년 2월부터 연재된 N.G. Garin(가린)의 조선기행 자료를 『동광(東光)』 잡지에서 발굴하여 소개했다. 그리고 그의 채록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평가를 내린 점 또한 높이 평가된다.
3의 법칙은 설화에 있어서 중요한 모티프의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이 모티프는 일찍이 N.H. Gaster(게스터)가 낸 The Oldest Stories in the World (1952)에서부터 나온다. 이 설화집은 중동의 바벨론, 히타이트, 가나안에서 3500년 전에 전승된 설화가 점토판에 씌어진 것을 발굴하여 판독한 설화집으로서 「잘 잊어버리는 임금님」이라는 이야기 속에 7과 3이라는 법칙이 설화 상 최초로 나온다. 이 법칙은 한국에도 설화 속에 많이 존재하며 문학 전반에 걸쳐 적용된다. 고대에 있어서 3이라는 숫자는 완전수이며 최대치이다.
우리나라에서 설화는 국문학의 한 분야로서 다루어 왔기 때문에 저자도 국문학의 고전을 익히 아는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은 또한 설화를 해석하고 내용을 구명함에 있어서 최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설화의 본질 연구는 국문학의 영역만으로는 풀 수 없는 분야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지하여 톰프슨의 타이프와 모티프를 기조로 하여 모두를 아우르는 설화갈래론을 시도한 점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된다.
(단국대학교출판부 2009.5 709면) 최인학(인하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