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어 특유의 낭만적인 발음과 아름다운 멜로디를 감상할 수 있는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십계>와 더불어 프랑스 3대 뮤지컬로 알려진 <노트르담 드 파리>는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내가 처음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 봤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꼽추>였다. 만화영화로 만들어졌기에 원작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이 역시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기본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학교 한 교양수업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캐스트 초연 실황을 본 후 DVD를 구해 수십 번도 넘게 봤을 만큼 좋아하는 작품이 됐다.
이번에 관람한 것은 한국어 라이선스 버전으로 최성희, 윤형렬, 서범석, 박은태 등 실력파 배우들의 공연이었다. 대사 없이 노래만으로 진행이 되는 <노트르담 드 파리>. 관객과 배우 사이의 해설자 역할인 음유시인 그랭구아르가 부르는 ‘대성당들의 시대’를 시작으로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이 이어진다. 고정 세트인 성벽에서는 출연진들이 쉴 새 없이 위험천만한 자세로 연기를 하고 춤을 춘다. 대성당의 석상과 종, 바리게이트, 웅장한 무대와 조명을 이용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도 한다. 또 격렬하게 춤을 추는 댄서들, 역동적인 곡예를 보여주는 아크로바트, B-boy들은 몸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에스메랄다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 프롤로, 파리시의 근위대장 페뷔스,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 세 남자를 사랑에 빠뜨린다. 프롤로 주교는 춤추는 에스메랄다의 모습을 본 후 사랑에 빠지는데 성직자의 직분과 사랑이라는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콰지모도는 어릴 적 부모에게서 버려져 프롤로의 손에 자라게 된 성당의 종지기 꼽추이다. 추한 얼굴에 애꾸눈, 절름발이이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과 자신을 키워준 프롤로에 대한 복종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페뷔스는 이미 약혼녀 플뢰르 드 리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스메랄다에게 첫 눈에 반한다. 하지만 후에 에스메랄다를 배신하고 약혼녀에게 돌아가고, 에스메랄다는 그것도 모른 채 페뷔스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을 간직하며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매혹적인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들. 하지만 결국 그 누구도 그녀와 함께 할 수는 없었다.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의 숙명에 대한 이야기 <노트르담 드 파리>.
볼 때마다 어느 한 캐릭터의 입장에서 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하지 못했던 그 사람에게도 피할 수 없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숙명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내가 가장 몰입했던 캐릭터는 콰지모도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콰지모도가 처형당한 에스메랄다를 부둥켜안고 울부짖으며 부르는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Danse Mon Esmeralda)’는 가장 좋아하는 넘버인데 에스메랄다를 향한 콰지모도의 순수하고 맑은 사랑, 애절함이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오리지널 버전이 주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국어 공연 첫 시즌은 이제 약 2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새로운 시즌에는 더 나아진 모습으로 더 큰 감동을 선보일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