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을 잡기 위해 손을 뻗으십시오.
어쩌면 단 한 개의 별도 잡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결코 땅의 진흙을 움켜잡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레오 버넷의 어록 중에 가장 대표적인 말이다.
2009년 8월. 2학기 개강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서 내 눈에 들어온 구인광고가 하나 있었다. "종합광고대행사 ‘말이나 그림’에서 참신한 아트 인턴을 구합니다." 나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손을 뻗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3학기를 남겨둔 이 시점에서 학교를 잠깐 떠나보고 싶었던 마음일까? 아니면 정말 내가 광고의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상황에서 실전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걸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이미 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정리가 될 즈음, 나는 그 회사에서 면접을 보고 있었다.
면접이 끝나고 이틀 뒤 한통의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장인홍씨? 여기 ‘말이나 그림’인데요. 이번 주 월요일부터 출근 가능하신가요?" 첫 출근 날, 회사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항상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활기찬 회사의 아침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소파에 널브러져있는 사람,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를 잡고 자는 사람, 그리고 유독 한명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면접 때 봤던 아트팀 대리. 날 보자 무척 반가워하며 바로 보드작업을 시켰다.
그렇게 한참 보드작업을 하는데 소파에 널브러져있던 한 여성분이 좀비처럼 일어나 나에게로 다가왔다. "네가 이번에 새로 온 아트 인턴이니? 난 OOOCD라고해! 암튼 열심히 하길 바라!" 그러더니 집에 가서 씻고 좀 자고 오겠다고 다른 사람들한테 인사를 하고 집에 가버렸다. 정말 쿨(cool)함 그 자체였다.
오후가 되자, 아침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사무실엔 어느 샌가 사람들로 채워졌다. 나는 내 소개를 하고 아래층에 있는 기획팀과 BTL팀에도 인사를 하고 올라왔는데 갑자기 광고주가 들이닥쳤다. 그러나 난 군대에서 단련된 접대 9단이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회의실로 안내한 뒤 살짝 미소를 머금고 “저기… 차는 어떤 걸로 드릴까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 저는 벤츠 주시고요! 이 친구는 여자니까 폭스바겐으로 주세요!” “… (때릴까? 아냐 광고주야 참아야해. 이런 썰렁한 유머를 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네.) 네 알겠습니다!” 나는 대답을 하고 테이블로 왔다. 회의실에서는 ‘어? 뭔가 이상한데?’라는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커피 2잔을 타고 종이컵에 매직으로 벤츠의 로고와 폭스바겐의 로고를 크~게 그려서 가져갔다. “여기 이게 벤츠고요, 폭스바겐은 여기 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이 오셨었는데, 좀 나이가 있어 보이시는 남자분이 진짜 회사가 떠나가라 웃어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분이 아우디코리아의 광고주였다. 이렇게 나의 인턴 첫 출근은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하루를 지금 3개월째 보내고 있다.
장인홍(시각디자인·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