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다큐멘터리<천국의 국경을 넘다>
⑦다큐멘터리<천국의 국경을 넘다>
  • 도우리 기자
  • 승인 2009.11.04 17:55
  • 호수 126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적 차원에서의 통일에 대한 생각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 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을 경비하는
외투 쓴 검은 순사가
왔다- 갔다-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 마차를 띄워 놓고
밤새 가며 속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젓던 손도 맥이 풀려서
“파!”하고 붙는 어유 등잔만 바라본다
북국의 겨울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김동환, <국경의 밤> 1연

총 100일 동안 조선일보 취재팀이 탈북의 과정과 탈북 이후의 곡절있는 삶을 직접 취재제작한 다큐멘터리 <천국의 국경을 넘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위 시의 밀매 대상인 소금실이 밀수출 마차가 아닌 마약이나 여자로 나온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중의적 문장이다. ‘천국’에 초점을 맞춰볼 때 천국은 한국을 의미한다. 많은 탈북인들이 지옥 같은 생활에서 도망쳐 국경을 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는 북한이다. 북한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보살핌 아래 모두가 평등하며 살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인간적 차원에서의 통일’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새터민이 한국에서는 몸만 성하면 어느 정도 입에 풀칠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그들이 한국에서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한국에서의 삶이 북에서의 생활보다 ‘더 낫다’는 사람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은 한국에서의 삶이 더 나은지에 대한 질문에 “북한도 장점이 있고, 중국도, 여기도 장점이 있다”며, “그 셋의 장점만 모인 곳에서 살고 싶다”고 대답했다. 북한은 처참함으로만 드리워져 있다고 들어온 나에게 북한에 장점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또 언니가 먼저 탈북한 후 돈을 들여 동생을 북에서 꺼내 온 사연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동생은 다시 북으로 갔다. 인권부분과 생활로는 한국이 나았지만 그녀의 고향인 북한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천 조각으로 다리의 상처를 동여맨 모습에서 탈북자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한편 다큐멘터리의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탈북인 한동만씨는 팔뚝에 한반도를 그려 ‘통일’이란 글씨를 새기고 있었다. 탈북인들의 소원은 ‘통일’이다. 자신의 고향에 살면서 가족과의 생이별 없이, 또 참담한 물질적 빈곤 없이 인권을 훨씬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마지막에는 취재원이 만난 총 300여 명의 탈북인 모두가 통일을 염원한다고 밝힌다.

통일을 하게 되면 분명 남측의 경제적 지원이 따라야 하고, 일정 기간 동안의 경제 성장이 정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천국의 국경을 넘다>를 통해 볼 수 있는 탈북자들의 삶은 경제 성장 정체의 문제 차원이 아닌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또 다른 우리인 그들을 구제하기 위한 ‘인간적 차원의 통일’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우리 기자
도우리 기자

 wrdoh@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