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칼럼] 살아가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동문칼럼] 살아가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이은주 기자
  • 승인 2009.11.20 13:01
  • 호수 126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나래 (문예창작과ㆍ09졸)양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인 것처럼
- 알프레드. D. 수자>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유명한 시이다. 짧지만 강렬하게 다가오는 바가 많아서 평소 흥얼거리고 다니기도 하는 이 시가 내게 다르게 다가온다. 특히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란 구절이 요즘 내게는 "살아가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렇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2009년 2월에 졸업을 한 나는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동시에 상처를 받기 시작했다. 문예창작과라는 다소 취업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에 상처를 받고, 토익 성적이라는 점수에 상처를 받고, 26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차로 상처를 받았다. 상처로 시작된 사회생활은 한곳에 머무를 수 있는 힘을 주지 못했다. 아마 졸업을 맞은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또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이 모두를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으로 돌린다 해도 상처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나 또한 사회를 탓해보기도 했고, 여건을 탓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남는 것은 그저 상처 뿐 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상처를 만들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상처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닌, 오히려 더욱 세게 내게 상처를 가했다. 상처를 이기고 일어설 힘이 있다면 그때야 내가 비로소 사회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행정인턴의 업무를 하면서 새롭게 사회복지에 관련된 일도 경험해 보고, 유명한 기업에 고객서비스 만족센터에 들어가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담도 해보는 등의 여러 경험을 통해서 내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수없이 상처를 냈다. 이런 나를 보고 친구들은 '한 자리에서 오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지만, 나는 상처가 나보지 않고서는 머무를 수 없다는 내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상처를 내고,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 입사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행정인턴을 통해서 익혔던 사회복지와도 관련이 되었고, 소비자를 상담했던 이력 또한 도움이 되었다. 나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나처럼 상처를 받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받을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상처를 내라고 말하고 싶다. 한번 상처를 받은 곳은 처음보다 더욱 단단한 새살이 돋게 된다. 사회에서는 대학에서 배운 학과의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할 수도 있고, 평소 꿈꾸던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상처를 받는 것은 같다.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는 '이러려고 공부한 것이 아닌데'하는 생각에 상처를 받고, 평소 꿈꾸던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생각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상처를 받는다. 어느 쪽으로 상처를 받을 지는 본인이 정할 일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상처가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또한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다. 다만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그것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대로 주저앉아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주저앉을 힘으로 일어서라. 그리고 바라봐라. 너의 상처를 똑바로. 똑바로 바라볼 자신이 있는 사람은 이겨낼 수 있다. 그리고 일어설 수 있다. 살아가자.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그리고 살아내자.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은주 기자
이은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

 henda@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