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죽전캠퍼스 웅성웅성 게시판이 11년 만에 출범하는 총대의원회와 관련한 논쟁과 상호비방 글들로 얼룩지는 일이 발생한 일이 있었다. 표면상으로는 오랜 기간 없어왔던 총대의원회를 다시 만들어 총학생회를 견제하겠다는 건전한 취지(?)를 세웠으나 속사정은 그렇지 않았다.
비운동권 학생회 측에서는 “3년간 총학생회장을 배출하지 못한 자주적 학생회 측에서 총대의원회 의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런다”는 주장이, 운동권 학생회 측에서는 반대의 주장이 웅성웅성 게시판을 뒤덮었다. 결국 당시 임시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상오(법학·4) 군은 온라인 성명서를 통해 ‘선거 포기’를 선언했다.
정확하게 1년, 올해로 12년째 공석인 총대의원회는 여전히 의장 선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각 단과대 대의원 의장들의 말을 들어보면 “총대의원회가 없다 보니 단과대별로 있는 대의원회조차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어떤 단과대 대의원 의장은 “취업 준비로 바빠서 제대로 회의 참석을 하지 못했다”고도 했고, 또 다른 단과대 의장은 “단과대 내에서 한 번 회의를 개최하려 해도 쉽지 않다”며 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공과대학과 문과대학은 의장 자리가 공석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해 ‘선거 포기’의 홍역까지 치르며 무산된 총대의원회 선거가, 올해는 변변한 회의 한 번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것이다. 총대의원회라는 시스템만 제대로 활용하면 학생 자치기구 활동이 지금보다 활성화 될 수 있다. 총대의원회는 총학생회를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각 단과대 대의원 활동의 구심점이 되기 때문이다.
과대표를 통해 수렴된 단과대별 여론을 총학생회에 알려 운영 방향의 지침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또한 매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되는 ‘공정성 시비’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김경민(무역·4) 총학생회장은 “총대의원회 의장이 중앙선거관리 위원회에 들어오면 공정성에 대한 잡음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측면에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자치기구 선거 투표율이 낮은 것들에 대해 다양한 지적과 아쉬움이 나오고 있지만 유독 총대의원회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그럴 만도 하다. 12년 동안 없었으니 중요성이 잊힐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