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재미삼아 그동안 단대신문에 쓴 기사의 분량을 확인해 보았다. 대략 200자 원고지로 1600매, A4로 환산하니 170장 정도가 나왔다. 온전히 ‘단국대학교’의 이야기만으로 170장의 리포트를 썼다고 생각하니,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았을까’ 싶다.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았을까. 신문에 쓴 학교 이야기를 살펴보니 ‘불만’이 눈에 띄었다. 체육관 바닥이 미끄럽고 새 건물에 결로 현상이 생기는 것에 대한 불만, 통학버스에 대한 불만들이 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불만은 도처에 있었다. 캠퍼스 이전과 함께 직면한 부족한 복지 시설 문제와 교통 문제가 취재 대상이었다.
『한한대사전』이 완간되던 2008년 여름의 신문은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인문학자들이 단국대학교의 강한 집념에 찬사를 보냈다. 같은 해, 올림픽이 한창이던 베이징에서는 박태환(체교·2)과 손태진(태권도·2), 그리고 오승환(스포츠과학·05졸)이 세계 1위 단국인의 모습을 만들어 갔다. 단국대학교에 다니고 있음이 자랑스럽다는 목소리가 지면을 채웠다.
‘안타까움’도 있었다. 로스쿨 유치 탈락의 충격이 컸고, 각종 일간지의 대학평가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구성원들의 실망이 뒤따랐다. 대학 당국이 후속조치를 발표할 때마다 냉소적이거나 안타까운 여론을 느낄 수 있었다.
모교를 홍보하는 입시특집호를 만들 때마다 ‘좋은 이야기’만 써야 하는 부담스러움이 있다. 분명 불만과 안타까움이 있음에도, 홍보를 위해 자부심만을 다뤄야 하는 부담이다. 실망스런 대학평가와 부족함을 말하지 않으면서 단국대학교의 단면만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힘들었다. ‘나중에 입학하면 어차피 다 알고, 어차피 똑같이 느끼게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입시특집호는 조금 다르다. 기사를 쓰는 내내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보이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는 말이 따라다녔다. 모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쓰면서 느낀 불만과 자부심, 그리고 안타까움의 지식이 대학에 대한 사랑으로 변하고, 2년 전 알던 단국대학교가 전과 같지 않은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을 예비 대학인들이 어느 대학을 진학하든, 모교에 대해 많이 듣고 또 많이 생각할 것을 권하고 싶다. 설사 원하던 대학이 아니었더라도 조금의 관심만 기울인다면 애교심을 갖고 행복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관심이 안타까움을 부르고 불만적이라 하더라도, 아마도 그 감정은 대학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