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⑫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 이건호 기자
  • 승인 2010.03.09 18:54
  • 호수 12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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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귀한 존재였지만 모두가 외면했던 여인

일제강점기 국권 침탈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지도계층이었던 왕족들은 늘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 과연 나라를 빼앗기게 만든 무능한 지도자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우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한 번쯤 깊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최근 일제시대 왕족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무능한 황제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고종에 대한 재조명, 일본에서 불운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영친왕, 그리고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덕혜옹주의 생애를 그린 권비영 작가의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인기가 굉장하다. 일제시대 민중들의 어려웠던 삶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반면 그 시기의 왕족들이 겪어야 했던 시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던 탓일까. 이 책이 전하는 감동은 신선하고 새롭다.

일제에게 국권을 침탈당한 후 왕족들이 겪어야 했던 시련은 가난에 허덕였던 민중들의 고통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왕족으로서의 자존심을 버려야 했고, 백성들의 고통을 알면서도 모른 척해야 했다. 나아가 그들은 자신들의 혈통을 보존하기 조차 쉽지 않았다. 소설 속 딸을 지키기 위한 고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덕혜옹주는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게 되며 그녀의 불운한 삶은 시작된다. 일본인처럼 살아야 했고 일본 남자와 혼인해야 했다. 비록 강제적인 혼인이었으나 덕혜옹주는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일본 남편과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삶을 완강히 거부한다. 일본 남자에게 애정을 느끼고, 자신의 딸에게 모성애를 느끼는 인간적인 모습과 동시에 조선의 황녀로서 그러한 삶을 살 수 없었던 그녀의 모습이 이루는 대립은 덕혜옹주의 숙명적인 삶을 보여준다.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소설이지만 작가는 다양한 허구적 인물들을 등장시켜 탄탄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또 그 속에서 고집스러울 정도로 조선 황녀로서의 본분을 지키고자 했던 덕혜옹주의 안타까운 심리를 매우 잘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덕혜옹주는 해방이 된 후에도 조국에 바로 돌아오지 못하고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한 기자의 노력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서 늘 조국을 그리워했지만 우리에게서 잊혀져버렸던 그녀의 삶은 측은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임종 직전 “내가 옹주로서 부족함이 있었더냐”, “옹주의 위엄을 잃은 적이 있었더냐”라고 물으며 시련으로 가득 찼던 삶을 마무리 짓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누구보다 강인한 삶을 살았던 한 여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건호 기자 GoNoiD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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