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 규(교양학부 강의전담)교수
수업을 하기 위해 강의실로 가다보면 강의실 건물 주변이나 복도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그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걱정이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들의 대화에, 알고 쓰는지 아니면 모르고 쓰는지는 몰라도, 옛날 같으면 욕설에 해당하는 표현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 경우를 거론하는 이유는, 이런 식의 잘못된 언어 사용의 경우를, 소위 문명의 이기인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해 급속도로 퍼져 사용되고 있는 ‘인터넷 언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언어’란, 말 그대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를 통칭한 말로써 인터넷 이용자의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올바른 표현을 쓰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사실상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어떤 표현은 아무리 보아도 기발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예컨대 ‘OTL’과 같은 표현은 일상적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시각적 효과’를 최대한 살렸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사실상 이런 표현들은 일종의 ‘문장 부호’와 같은 역할을 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만 사용된다면, 다소 지루하기까지 한 일상적인 문자 생활에 활력소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표현들이 이렇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언어를 분석해 보면, 아무래도 컴퓨터 자판을 이용하여 문자를 입력해서인지, 어떤 표현을 제대로 갖추어 적기보다는 ‘좋은’을 ‘조은’과 같이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경우가 상당수인 이외에도, ‘드디어’를 ‘드뎌’와 같이 ‘음절을 줄여’ 사용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고, ‘있어요’를 ‘이써여’와 같이 소리나는 대로 적을 뿐만 아니라 어미를 변용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표현들이 잘못된 표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표현들은 이제 일상화되었다고 할 정도로 급속도로 퍼져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대학 신입생들의 시험 답안지에서도 이와 유사한 표현들이 종종 발견되는 것을 보면,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인터넷 언어의 사용 실태는, 굳이 살피지 않아도 어느 정도 짐작이 될 정도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이는 인터넷이란 매체의 속성이 ‘쌍방향성’을 기반으로 하면서 다양한 부류의 사용자들을 무차별적으로 흡수하다 보니, 자기 정체성을 확실하게 구축하지 못한 층위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이처럼 무리가 따르는 표현들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면서 발생한 현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다가도 자꾸 접하면서 사용하다 보면, 올바른 표현이 무언지조차 모를 정도로 올바른 언어의 사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임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서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인터넷 언어의 장·단점을 올바로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굳이 그런 언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면 사용 범위를 제대로 한정하여 쓸데없는 오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다. 물론 애초부터 사용하지 않는 것만은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