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씨앗 나누기]7. 맛 기행 편
[여행 씨앗 나누기]7. 맛 기행 편
  • 길지혜(언론홍보·05) 동우
  • 승인 2011.05.18 21:00
  • 호수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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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맛의 기억을 말하다
▲ 식도락 최고의 여행지 오사카는 먹을 거리의 천국이다.

  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먹을거리다. 여행만큼 맛을 탐하는 것이 자유로울 때가 있을까. 여행지 음식점엔 그 지역 사람 사는 맛이 있고, 다녀간 이들의 흔적이 있다.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향도, 때로는 익숙한 맛도 있다. 또 주인장의 집안 내력도, 음식에 전해지는 이야기도 담겨있다. 그렇게 음식은 여행의 추억을 더하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


  여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음식이 있냐고 묻자 엄마는 김천역 앞 된장찌개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필자를 가지고 한 동안 입덧으로 고생하며 음식냄새조차 맡지 못하다가, 그날 된장찌개는 어찌나 잘 넘어가던지 지금도 문득 떠오른단다. 지금은 없어졌을 수도, 유명한 된장찌개 집도 아닐 터인데 그 맛을 잊지 못하는 것은 자식을 가지고 제대로 한 첫 끼기 때문일 거다. 엄마에게 그 당시 여행지 전체의 기억은 ‘맛있는 된장찌개’ 였다. 이처럼 ‘진짜’ 맛집은 그곳 여행지 전체를 대변하기도 한다. 바로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 되는 것이다.

 
  겨울 입맛을 녹이던 메밀의 유혹을 받아봤는가. 화천 천일막국수의 살얼음 동동 그 맛은 새치름하면서 매번 발길을 당긴다. 인천 소래포구엔 비릿한 갯내음에 척척한 삶이 회쳐진 그저 그리운 그런 곳이 있다. 회색빛으로 기억되는 인천은 개인적으로 그리움의 농도가 짙다. 그래서 괜스레 초장 팍팍 무쳐 회를 질겅질겅 씹어 먹으며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 를 중얼거린다. 일이 잘 안 풀리는 어느 날엔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번 주말에 다녀온 창원 대산면 시골여행에선 뜨거운 태양, 비닐하우스 아래 탐스러운 수박을 맛봤다. 그야말로 꿀맛이라 달콤한 사탕 문 듯 기분 좋고,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마침 수박축제도 열리고 있어 시골장터, 시골인심의 따뜻한 정을 함께 느꼈다. 남는 수박이라며 하우스에서 몇 덩이를 꺼내오는데, 정찰제, 바코드에 익숙한 서울의 구매 풍경과 사뭇 달랐다. 이것이 이곳 동네 주민들이 사는 모습이겠거니 하며 기분 좋은 웃음이 났다.


  다니다보면, 어떤 데는 배낭 여행자에겐 형편껏 내고 가라는 인심 좋은 곳도 있고, 고층에 자리해 멋진 풍경을 보여주며 비싼 값하는 곳도 있다. 이때만큼은 주저하겠지만 여행을 떠났다면 가끔은 주머니 사정을 모르는 체 해도 괜찮다. 평생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단 한번이라면 바로 그때니 말이다. 필자도 그런 호사를 몇 번 누려봤다.


  은빛 비늘이, 머리를 하늘로 쳐들고 S자 곡선을 그리며 움직일 때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제주도 은갈치는 정말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잡은 그 자리에서 회를 떠먹으면 입안에 육질이 그대로 착 감겨 혀끝의 미각을 자극한다. 이를 맛보기 위해 서너 시간 뱃멀미하는 것도 마다않고 출정을 나선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나오는, 너무 예쁘고 탐스러워 아쿠아리어스 수족관에 고이 모셔야 할 것 같은 호주의 열대어는 어떻고!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발갛게 구워진 킹크랩을 맛볼 때엔 이것이 파라다이스라고 외쳤다.


  식도락 최고의 여행지, 일본의 부엌이라 일컫는 오사카는 먹을거리의 천국이다. 신선하고 두툼한 스시를 비롯해, 오코노미야키, 타코야키, 우동, 거기에 사케까지 곁들여도 배를 비워둬야 한다. 길거리 가는 곳 마다 여행자를 유혹하는 맛있는 냄새가 치명적이다. 입맛과 취향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낯선 여행지에서 맛보는 ‘맛있는 경험’은 익스트림 스포츠만큼 짜릿한 기억을 남긴다. 맛의 기억은 눈으로 보는 기억만큼 오랜 감각적 잔상을 남기는데, 그래서 ‘맛 기행’이 주요 여행 테마가 되는 이유다. 

  이제 한 가지만 더 알고 맛을 찾아 떠나보자. 바로 타국 음식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공부다. 먹는다는 것 자체가 문화적 행위기도 하고 삶의 근원이기 때문에, 여행할 때엔 우리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음식이나, 팁 문화 등 까다로울 것이 없지만 외국에 나서면 그네들의 관습을 알아야 더욱 많은 여행이야기를 담아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 사람들은 상당수가 채식주의자며 쇠고기를 먹지 않고 수저 없이 손으로 먹는다든가,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철저하게 종교의식에 따라 도살된 고기만 먹으며, 유대교는 돼지고기, 조개류, 새우나 게 같은 갑각류, 오징어 문어 등을 먹지 않는 등 문화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손으로 먹는다고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나, 이슬람 친구들에게 돼지고기를 권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자칫하면 여행에서 안 좋은 인상만 남길 수 있다. 조금만 공부하면 여러 문화를 배우며 정말 여행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으니 그 시간을 아깝게 여기지 말고, 준비가 됐다면 지금 떠나자.   

 

미스트레블(Misstravel.co.kr)
길지혜(언론홍보·05졸) 동우

 

 

길지혜(언론홍보·05) 동우
길지혜(언론홍보·05) 동우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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