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여행법② 에베레스트 청년 등정가 허재석편
스무살의 여행법② 에베레스트 청년 등정가 허재석편
  • 삐급여행
  • 승인 2012.03.13 19:45
  • 호수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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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게 떳떳하라

아프리카, 유럽, 알프스의 최고봉… 그리고 에베레스트!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95), 유럽 최고봉 엘부르즈(99),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03)에 이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10)까지… 평범한 회사원이 목표라는 청년의 과거 이야기는 담담한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경이적인 기록의 연속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기록이 그가 순수하게 원하는 것은 아니였다라는 점에서 탐험가의 자녀로 태어난다는 것이 막연한 상상만큼 낭만적이지만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의 직업을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남들처럼 평범한, 정말 평범한 회사원이 되고 싶었어요.” 전공을 경영학으로 선택한 것이 회사원이 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스스로 생각할 때 탐험가와 가장거리가 먼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존경하면서도 존경할 수 만은 없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읽힙니다.

10개월간의 인턴쉽은 제 평생 가장 큰 성취입니다.
재학 시절 그는 한국생산성본부에서의 인턴쉽을 통해 자신이 공부하고 꿈꾸며 그리던 회사 생활을 체험하게 됩니다. 가장 평범한 것에서 가장 비범한 것을 느끼는 그의 이야기가 어쩌면 가식적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다면 바다, 오지면 오지, 등정이면 등정… 기억하는 생애 첫번째 가족여행이 네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인 그에게는 전세계의 탐험지에서 몸을 던졌던 경험이 마치 입고 있는 옷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니까요. 유럽 여행을 가고 싶다는 대학생 아들에게 몽블랑 등정을 조건으로 내건 아버지가 있다면 아마도 이해되실 겁니다.

네 자신에게 떳떳하라
적지 않은 도전과 모험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엘부르즈는 서봉과(5,642M),동봉(5,621M)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높이가 불과 21M 차이인데다가 외양 또한 매우 흡사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쉬운 곳을 선택해 동봉을 오르자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딱 한마디를 하시더군요. 네 자신에게 떳떳하라.” 생명을 담보로 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는 그이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존경심은 감출 수가 없었나봅니다. “아버지가 수많은 기록을 갖고 계시지만 평생의 탐험에서 단 한명의 사망대원이 없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다시는 고봉에 오르지 않을 겁니다.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허재석의 눈빛에 담긴 것은 등산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였습니다.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뜨거운 진심이 느껴졌으니까요. 언젠가 그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재석군의 여행은 그래서 끝났으되, 끝나지 않았습니다. 스무살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여행은… 당신 스스로에게 떳떳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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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dventu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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