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오케이 6. 만원으로 8명에게 식사 대접하기
만사오케이 6. 만원으로 8명에게 식사 대접하기
  • 이호연 수습기자
  • 승인 2012.04.11 21:15
  • 호수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원이 가져다 준 행복한 웃음

어릴적 집에 친구들을 모아두고 벌였던 생일잔치 상에도, 중·고등학교시절 유난히 빨리 줄을 서던 날의 급식 메뉴에도 짜장밥은 있었다. 그만큼 누군가를 대접하기에도 적당하고 대중적인 음식이 바로 짜장밥이 아닌가 싶다. 오늘 주어진 미션은 ‘만원으로 8명에게 식사 대접하기’. 회의 때 “이건 말도 안 된다”며 박박 우겨서 겨우 입 두 개를 덜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만만찮은 미션이다. 단돈 만원으로 준비한 자그마한 파티를 위해 저렴하고 영양 만점인 ‘짜장밥’을 메인요리로 정했다.
우선 첫 단계는 재료 구입이다. 우리는 가난한 청춘, 대학생이다. 만원으로 모든 재료를 해결해야 한다. 집에 마침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찬밥이 있다. 기본적인 쌀이 아주 손쉽게 해결됐으니 이젠 짜장을 살 차례. 찬밥을 먹이는 것만으로도 미안해서 손님들의 건강을 위해 이름부터 인스턴트 냄새를 풍기는 3분 요리는 사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 손쉬운 방법은 생각보다 쉬운 곳에 있었다. 대부분의 중국집은 5,000원 이상의 가격으로 짜장 양념만을 판매한다는 사실. 물론 그 양은 짜장면과 짜장밥에 들어가는 짜장의 3~5배에 이른다. 기자 역시 손님들의 배고픔을 십분 이해해, 집근처의 단골 중국집에서 7,000원 어치의 짜장 양념을 구입했다. 애교 섞인 에누리로 10,000원 같은 7,000원 어치 짜장 양념을 구입했으니 만족이다.
3,000원으로는 해결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짜장밥에 빠지면 섭섭한 고명, 계란후라이! 할인마트의 자사 브랜드인 10개입 계란을 2,980원에 구입했다. 이렇게 총 9,980원으로 20원을 남겨두고 아슬아슬하게 ‘8명에게 식사 대접하기’ 미션의 준비를 마쳤다.
구입한 재료를 한 자리에 놓고 보니 별로 요리할 것이 없었다. 일등 신붓감이 돼보고자 시작한 기획이었건만 계란을 후라이로 변신시키고, 그것을 짜장, 밥과 함께 한 그릇에 합체시키는 일 외에는 직접 할 일이 없었다. 요리에 걸린 시간은 총 20분. 결과는 대성공이다.
만원은 생각보다 큰 돈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가볍게 취급될 수 있는 초록색 지폐 한 장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몇 배 묵직한 의미를 지닐 수도 있었다. 찬밥을 품은 만원은 8명의 맛있는 저녁식사가 되었다. 파워 블로거처럼 화려한 장식과 풍족한 밑반찬, 그리고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최고의 맛은 없었지만, 8그릇의 짜장밥은 8명에게 웃음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기자는 단돈 만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선물해줄 수 있었다. 꼭 짜장밥이 아니라도 좋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식사를 마련해보자.
 이호연 수습기자 hostory3253@dankook.ac.kr

이호연 수습기자
이호연 수습기자 다른기사 보기

 hostory3253@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