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
괴짜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
  • 이혜린 기자
  • 승인 2012.10.16 13:35
  • 호수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벨상의 달을 맞아 세계가 떠들썩하다. 올해의 노벨상은 총 7명의 개인과 유럽연합에게 돌아갔다(경제학상은 15일 발표예정). 하지만 세계적 권위의 노벨상을 뚫고 과학자들 사이에서 더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그노벨상이다. 이그노벨상은 하버드대 계열의 과학유머잡지사 AIR(The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사회, 물리, 문학, 환경보호, 평화 등 10가지 분야에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획기적이고 이색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1991년부터 시행되었다. 이른바 ‘노벨 괴짜상’이다.

"first make people LAUGH then make them THINK." 이그노벨상의 슬로건처럼 먼저 웃기는 주제여야 하며, 단지 웃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깊이가 필요하다.

이그노벨상은 10개의 분야에서 상을 주지만 상금도 없고 참가에 필요한 금액을 지원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상자들이 자비를 들여서라도 기꺼이 참석할 정도로 과학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벨상에서는 지독히도 상복이 없지만, 이그노벨상에서는 몇 번의 상복이 있었다. 환경보호 부문의 향기 나는 양복, 경제 분야의 3600만 쌍 합동결혼, 수학분야의 지구 종말론등이다.

그런데 영국의 맨체스터대학에 노벨상과 이그노벨상 둘 다 받은 사람이 있다. 바로 네덜란드 국적의 안드레 가임(Andre Konstantinovich Geim)박사다. 2010년 신소재 그래핀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하지만 그에 앞서 2000년에 살아있는 개구리의 자기력을 이용해 공중부양 시키는 연구에 성공해 이그노벨상을 먼저 수상했다. 보통사람들에게는 조금은 황당한 연구이지만 천재과학자 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2012년 노벨상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보통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훌륭한 이론들을 밝혀낸 사람들이 주를 이뤘다. 생리의학상의 유도만능줄기세포, 평화상의 유럽연합, 문학상의 모옌 등으로 모두 훌륭한 업적이다. 하지만 그 자격에 대한 논란 역시 많았던 수상이었다. 노벨상 발표 일주일 전에 발표되는 2012년 이그노벨상 역시 재밌고 흥미로운 주제의 연구가 나왔다. 그 중 가장 많은 관심이 주목되었던 상은 음향학상으로 수다스러운 사람의 입을 막아버리는 ‘Speech Jammer’였다. 누군가 말을 하면 수십 분의 1초 간격으로 되풀이되어 자신이 얼마나 말을 많이 하는지 깨닫게 하는 장치다. 이외에도 꽉 찬 커피 잔의 커피를 안 흘리는 법, 보고서 준비를 위한 보고서를 제안한 회계감사원이 문학상을 받는 등 재미있는 연구들이 올라왔다.

물론 상을 받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학자들이 상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이 상의 가치가 자신의 땀방울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자신의 땀방울을 인정 받고자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난다면, 노벨상이건 이그노벨상이건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또한 한글보다 아름다운 글이 없어 불발된 고은 시인에게도 심심한 유감을 보내는 바이다.
이혜린 기자 hyerin91@dankook.ac.kr

이혜린 기자
이혜린 기자 다른기사 보기

 hyerin91@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